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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장

차도 좋지만 번호판도 보기 드문 좋은 번호판이었다. 선팅 때문에 안에서는 밖이 보여도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었다. 정라엘은 안에 있는 강기준을 볼 수가 없었지만 그가 서늘한 시선으로 자신과 육지성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왜 갑자기 찾아온 걸까? 정라엘은 육지성을 바라보았다. “지성 씨, 시간이 늦은 것 같은데 난 이만 기숙사로 돌아가 볼게요.” 육지성은 웃어 보였다. “그래. 다음번에 같이 놀자.” 육지성은 페라리에 탔고 이내 소리를 내면서 떠나갔다. 정라엘은 그 자리에 서서 육지성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롤스로이스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손을 뻗어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앉았다. 롤스로이스는 평온하게 달렸다. 화려한 차 내부에서 강기준은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으로 핸들을 돌렸다. 밤이 되니 화려한 불빛이 투명한 창문을 통해 그의 얼굴 위로 쏟아졌는데 어쩐지 흑백 영화 같기도 했다. 정라엘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기준 씨,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 강기준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냉담했다. “정말로 지성이랑 만나는 거야?” 정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랑 지성이는 안 어울려.” “왜?” “육씨 가문이 널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 육씨 가문은 좋은 집안의 딸을 원해. 넌 육씨 가문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거야. 기껏해야 지성이랑 연애나 하겠지.” 강기준은 늘 그녀를 무시했다. 그는 아마 자신이 하는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모를 것이다. “그러면 그냥 연애나 하지, 뭐.” ‘뭐라고?’ 강기준의 기다란 손가락이 핸들을 꽉 쥐었다. 그는 시선을 들어 거울을 통해 정라엘을 바라보았다. 정라엘의 예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지성 씨랑 만난다고 해도 난 손해 볼 게 없어. 기준 씨는 내가 지성 씨와 만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지성 씨는 얼굴도 잘생겼고 돈도 많은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아서 숨이 막혔다. 정라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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