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9장
강기준은 천천히 옷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웅크리고 있던 정라엘을 발견했다.
그녀는 몸을 최대한 작게 움츠리고 있었고 긴 흑발이 그녀의 가녀린 어깨 위로 흐트러졌다.
옷장 문이 열리자 그녀는 겁을 먹은 사슴 같은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정라엘의 불쌍한 모습은 마치 몰래 숨겨둔 애인이 조강지처의 급습에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에 숨은 듯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강기준은 미간을 좁혔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사실 정라엘은 조금 전에 밖에서 들리는 정아름의 목소리에 놀라서 막 깨어났다.
눈을 떠 보니 자신이 강기준의 휴게실 침대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의아했다. 아마도 어제 책상에 엎드린 채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러나 정아름이 거침없이 안으로 들이닥치려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옷장 안으로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정라엘은 강기준에게 물었다.
“아름이 갔어?”
강기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아름이가 들어오려는 거 같아서 재빨리 숨었어. 기준 씨, 나 이번에 잘했지?”
“...”
‘정작 정말 잘해야 할 땐 사고 치면서.’
그때 정라엘이 천천히 옷장에서 기어 나왔다.
그러나 웅크리고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는지 다리가 저려서 그대로 비틀거리다가 넘어질 뻔했다.
그 순간 강기준이 큰 손으로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그녀는 그의 손길에 의해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정라엘은 저린 다리를 살살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고마워.”
강기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자 깨끗하고 청순한 옆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생긴다면 남자가 숨으라고 하지 않는 이상 네가 알아서 숨을 필요 없어. 알겠어?”
그 말에 정라엘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내가 숨고 싶어서 숨은 줄 알아?’
그녀야말로 조강지처이고 정아름은 불륜녀였다.
그러니 그녀가 숨을 이유도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
정라엘은 자신의 모습이 우스우면서 비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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