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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장

오늘 밤 강기준의 운은 계속 나빴고 그는 내내 패배만 거듭해 원래도 날렵한 인상이었는데 얼굴이 더욱 차갑게 굳어 있었다. 반면 정아름은 여유롭게 카드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엔 탐스러운 포도 한 알이 들려 있었는데 보랏빛이 짙게 물든 포도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살며시 까서 속살이 보이도록 벗긴 후 강기준의 입가에 가져갔다. 강기준은 시선을 카드에 둔 채 입을 벌려 그녀가 건네는 포도를 받아먹었다. 정아름은 그가 뱉어낸 포도씨까지 손바닥에 받아내며 한없이 다정하고 애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마치 어린 신부처럼 강기준의 곁에서 세심하게 그를 보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부잣집 도련님들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로운시에서 제일가는 ‘여신’에게 이렇게 챙겨 받을 수 있는 남자는 오직 강 대표뿐이지!” “그러게 말야. 연애가 잘 풀리면 도박운이 나쁘다더니, 오늘 기준이가 계속 지는 이유가 있었네!” 그러자 정아름은 입술을 내밀고 귀엽게 투정을 부렸다. “다들 나만 놀려...” 이때 정라엘은 문밖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처음이었다. 그녀가 강기준이 정아름과 함께 그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본 건. 그런데 왠지 가슴이 저릿했다. ‘기준 씨의 세상에 나는 없구나.’ 그 순간 강기준은 또 한 번 졌다. 그는 카드 한 장을 탁 하고 내려놓고 앞에 쌓인 칩을 밀어버렸다. “너희들이 나눠 가져.” “우와, 고마워!” “역시 기준이가 통이 커!” 고승호와 다른 두 명의 재벌 2세들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웠다. “강 대표, 오늘 제대로 돈 쓰는 날이네!” 그러나 정작 강기준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그저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정아름은 걱정스럽게 속삭였다. “기준 씨, 피곤해?” 고승호가 팔짱을 끼고 씩 웃었다. “아니, 내 생각엔 기준이 형이 시시해진 거예요.” “그럼 아름 씨가 기준이 재밌게 해 줄래요?” 한 명의 재벌 2세가 장난스레 거들자 정아름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녀는 와인을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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