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장
지금 임경원은 서 있고 정라엘은 앉아 있다.
상식적으로라면 서 있는 사람이 앉아 있는 사람을 압도해야 하는 법.
그런데 이상했다.
정라엘은 등을 꼿꼿이 편 채 앉아 있었고 그 맑은 눈동자로 임 교수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볼 뿐인데도 왠지 모르게 임 교수 쪽이 눌리는 느낌이었다.
“그래... 맞아.”
‘뭐? 내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임경원은 너무 순순히 대답한 자신이 황당했다.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막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는데 바로 그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 제이 신의뿐이었다.
그런데 이 어린, 그리고 예의도 없는 외조카의 신부가 거리낌 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임경원은 그녀를 단단히 혼내줄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너 말이야, 감히 교수에게...”
하지만 그 순간 정라엘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이제 수업 시작해요.”
“...”
‘잠깐, 뭐? 이게 무슨 상황이야?’
‘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생이지?’
임경원은 꼬맹이한테 지시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녀의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다는 것.
임경원은 얼떨결에 몸을 돌렸고 바로 칠판 앞으로 가서 수업을 시작했다.
‘뭐야, 나 왜 이러는 거지?’
‘아니, 진짜 왜 이러냐고?’
그러나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임경원은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정라엘은 너무 졸렸고 조금 전에 잠깐 엎드려 있었던 것도 부족해 다시 책상 위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깊이 잠들어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서면서 임경원은 여전히 숙면 중인 정라엘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깨우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혼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헛기침을 한 뒤 결국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잠시 후 강채연은 두 명의 여학생과 함께 의대 12반을 찾아왔다.
그녀 역시 서진 대학교 학생이었는데 전공은 무용학과였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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