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6장 약을 타다
이시연은 다시 천천히 차에 시동을 걸었고 고채영은 그제야 아까 본 장면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도 못 봤는데 윤지 씨가 알려줘서 보게 됐어.”
“캡슐 같은 걸 넣은 걸 봤는데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 그리고 그 잔을 너한테 건넨 거야.”
“너는 그때 대게에만 정신이 팔려서 유나 씨가 뭘 넣었는지 보지도 못했지? 혹시라도 마셨으면 어쩔 뻔했어.”
고채영의 말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서유나한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도 있고 중요한 건 한 번도 그녀가 나에게 약을 탈 거라는걸 생각지 못했다.
배진욱의 차가 호텔을 나가는 걸 확인하고 나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시연 씨,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겠어요.”
나는 도무지 서유나가 나한테 약을 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설마 오늘 회식에 참석한 것도 나에게 약을 타기 위해서였을까?
근데 대체 어떤 약이었을까?
지금 내 몸 상태로는 아무 약이나 치명적이겠지.
이시연은 바로 내 뜻을 알아차렸고 고채영도 뷔페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네. 방금 나간 사람인데 물건을 두고 온 것 같아서요. 일단 테이블을 정리하지 마시고 그냥 놔둬 주세요.”
“테이블 위의 물건은 아직 건드리지 않으셨죠? 다행이네요. 지금 바로 갈게요.”
우리는 다급히 호텔로 다시 돌아갔고 곧 퇴근 시간이라 직원들은 마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텔 매니저가 우리를 보고 급히 걸어오며 물었다.
“아까 전화하신 분이죠? 어떤 물건을 두고 가셨나요?”
“작은 메모리 칩인데 아마 테이블에 두고 온 것 같아요.”
고채영은 꽤 그럴듯하게 둘러댔고 바로 아까 앉았던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호텔 매니저를 붙잡고 단체예약을 하면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디스카운트가 되는지 물어보며 시간을 끌었다.
현장 직원은 몇 없었고 고채영은 그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아까 내가 건드리지 않은 컵을 가방에 넣고 나왔다.
“다행이네요. 물건을 찾았어요. 매니저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컵을 챙긴 고채영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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