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4장 불투명한 의도
“자네가 바로 효정이구먼. 우리 디오가 자주 언급했었어.”
윌리엄은 인자한 미소로 손효정을 맞았고 손효정도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 파티 내내 살펴보니 손효정은 많은 사람들과 꽤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스턴국에 있는 동안 이미 다른 사람들과 가짜 신분으로 친분을 쌓은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한참 대화를 나누는데 디오가 날 그 옆으로 데리고 갔다.
“아버지, 여긴 안후 그룹 디자인팀 팀장, 로아라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 디자인도 로아 씨가 맡았어요.”
윌리엄이 의외라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이렇게 젊은 사람이었어?”
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회장님도 아직 젊으신걸요.”
높으신 분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우린 국적이 달랐지만 사람 마음은 다 비슷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회의 와인부터 골프,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의 디자인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와 명함을 교환했다.
이번 연회는 단순히 축하하는 자리가 아닌 새로운 협력 관계 탐색이 그 목적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손효정도 모르는 눈치는 아니었으나 전공 분야에 있어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재벌가의 일상은 잘 몰랐기에 행여나 말실수할까 차라리 입을 꾹 다물었다.
결국 손효정은 디오를 데리고 친구들의 곁으로 향했다.
역시 손효정에게는 여자들의 가십과 유행에 관한 대화가 더 어울렸다.
그쪽으로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아 씨는 어느 가문 아가씨인지 몰라도 재벌가 자녀인 게 틀림없어요.”
“어느 유명 기업 아가씨라고 하지 않았어? 유학이며 해외며 돈 많이 쏟은 것 같던데.”
“효정아, 저 사람 정말 너희 회사 직원 맞아? 아까 금융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걸 들었는데 우리 아빠가 저 사람 천재라고 하더라.”
손효정은 날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들 아직 안후 그룹이 화진국에서의 파급력을 잘 모르나 본데 저 사람 그냥 평범한 직원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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