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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장 연기 안 해도 돼

나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유선영을 바라봤다. 내 진짜 신분을 아는데 내가 그들과 가까운 사이라는 걸 모른다고? 유선영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해요. 그렇게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사이인데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워서요.” “그 일이 아니라면... 분명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었을 거라고 믿어요. 모두 로아 씨를 동경하고 존경했을 거예요.” 유선영의 말을 들으며 나도 생각에 잠겼다. 성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가 디자인한 건물들이 하나둘씩 지어질 때마다, 유명한 건물로 인정받고 사람들이 붐빌 때마다 나는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앞으로 디자이너의 이름 안에 내 이름은 없겠지. 있다고 해도 그건 내가 아니라 로아다. 강희주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다. “미안해요. 제가 또 실수했죠?” 유선영은 내 심기를 건들을 가봐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조심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그렇게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누구에게도 위협을 가하지 않을 테니까. “선영 씨, 저는 전체적인 기반 수정을 마치는 대로 떠날 거예요. 계속 스턴국에 남아있을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가져요.” 나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유선영을 바라봤다. “디자인 수정이 완성되면 선영 씨가 미팅에 참여해야 해요. 시간이 있으면 많이 보고 배워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선영은 똑똑한 사람이니까 조금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디자인 수정에 참여할 일이 없으니 들통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선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결국 나에게 디자인에 대해 대충 아는 것뿐이고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전히 내가 이어폰으로 설명하면 그걸 그대로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유선영의 제안을 거절했다. “계속 저에게만 의지할 생각인가요? 앞으로 다시 디자인상의 문제가 생길 때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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