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4장 비밀을 숨기다
나는 콜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핸드폰으로 대화하는 척했다.
하지만 고채영은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계속 내 쪽을 바라봤다.
동료들도 고채영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는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 팀장님, 뭘 그렇게 보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서요. 잘못 봤을 거예요.”
고채영은 이렇게 말하면서 자꾸만 내 쪽을 흘긋거렸다.
나와 고채영은 알고 지낸 시간이 너무 길다. 심지어 배진욱을 알게 된 시간보다 더.
어쨌든 대학교 4년 동안 줄곧 함께 지냈고 내가 스턴국에서 수술하고 귀국했을 때도 고채영하고만 만났으니.
그 시간을 다 합해보면 고채영이 나를 몰라보는 게 더 어려울 거다.
친한 친구 사이에 텔레파시라는 게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고채영이 나를 계속 보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를 좇던 시선은 웨이터가 음식을 내오자 그제야 다른 데로 옮겨졌다.
그 사이, 나는 얼른 계산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나를 불렀다.
“강희주.”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문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고채영이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희주야, 너지? 강희주!”
내가 걱정하고 있을 때 문 앞에서 낯익은 사람이 다가왔다.
“자기야, 가족들이 기다리잖아. 우리 옆 가게에서 먹자. 얼른. 자기 부모님이 자기 잃어버린 줄 알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디오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디저트 맛있었어? 역시 어머님 말대로 디저트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옆 가게 디저트도 맛있어. 자기 부모님도 거기 계셔. 얼른 가자.”
곁눈질로 흘겨봤더니 고채영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디오와 함께 레스토랑을 나섰다.
문밖에는 정말 외국인 부부가 다가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벤테나어를 하고 있었는데, 디오한테 뭔가를 물어보는 듯했다.
나는 일부러 두 사람 가운데 꼭 붙어 가족인 것처럼 굴었다.
역시나 고개를 돌려봤더니 고채영은 이미 쓸쓸하게 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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