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9장 어리석은 한 수
나는 손효정이 들고 있는 디자인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효정 씨, 지금 들고 있는 건 팀장님이 지난번에 미완성으로 남긴 디자인이에요.”
정말 회사 프로젝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도대체 여기에 왜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방금 그녀가 안소연의 자리 옆을 지나며 계속 디자인 자료를 주시하더니 결국 들고 와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안소연은 인턴답게 여러 프로젝트를 익히기 위해 자료를 출력해 놓았다.
레노 팀장의 디자인도 출력했지만 당연히 그것은 미완성된 초안이었다.
손효정은 왼쪽 아래의 서명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옆에 있던 레노 역시 얼굴이 어두워졌다.
“효정 씨, 그건 제가 아직 완성하지 못한 디자인입니다. 소연 씨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이미 끝났으니, 그 디자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요.”
손효정은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헛기침을 하며 민망함을 감췄다.
“그런 거였군요. 제가 소연 씨가 그렇게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췄을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팀에서 하루 종일 할 일 없는 사람은 소연 씨뿐이잖아요. 오늘도 복사하라는 걸 안 하더라고요. 디자인팀은 그런 분이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네요!”
그녀는 레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적당히 인턴 자리를 마련해 주고, 수습 끝나면 바로 내보내세요. 이런 사람은 팀에 두기 힘들어요.”
디오가 안소연에게 신경 쓰는 모습에 화가 난 듯 그녀는 어떻게든 안소연을 내쫓으려 했다.
안소연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나는 그녀가 곧 폭발할 것 같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차분히 말했다.
“죄송하지만, 소연 씨는 동 비서님이 승인한 인턴입니다. 어떤 잘못도 없으니 부서 이동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부서 이동을 강행하려면 인사팀과 비서 실장님의 서명이 필요해요. 인턴인 효정 씨가 과연 그럴 권한이 있나요?”
나의 시선이 손효정에게 닿자 그녀는 겁먹은 듯 한 걸음 물러섰지만 이내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한 척 말했다.
“내가 권한이 없으면 그쪽은 있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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