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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다 제 탓이에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에피소드가 생겼지만 창립 기념일 행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반지가 바질까 봐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구석에 숨어 있어도 가끔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걸고는 했다. 배씨 가문의 사모로서 나는 웃는 얼굴로 그 사람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더 이상 인사를 나누기 싫어진 나는 말없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만 공교롭게도 얼큰하게 취한 소유진을 마주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소유진은 우리와 같은 학교였지만 대학 시절부터 나와 맞서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중에 룸메이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녀도 이건우를 좋아했지만 내가 더 빨랐을 뿐이었다. 당시 나는 열심히 이건우를 따라다녔고 주위에서도 자주 부추기기도 했지만 소유진은 도도한 사람이어서 굳이 이건우를 좋아한다고 따라다니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이후로 별일 없으면 나를 귀찮게 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못 본 척하려고 했는데 소유진이 바로 나를 붙잡았다. “강유진, 왜 못 본 척해? 찔리는 거라도 있어?” “소유진, 너 너무 많이 마셨어.”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소유진 하나도 제대로 뿌리칠 수 없는 약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 그녀의 눈에는 온통 경멸뿐이었다. “왜 시치미 떼? 당시 이건우와 헤어지고 재벌 2세를 찾았다면서 왜 또 돌아온 거야? 돈에 환장한 년! 나쁜 년! 이미 떠났으면서 왜 돌아왔어? 왜 그 남자랑 결혼한 거야? 진작에 그를 사랑하지 않았잖아! 그럼 네 재벌 2세 남친이랑 스턴국으로 가서 다시 그 사람을 찾아! 왜 하필 배진욱을 붙들고 놓지 않는 거야?” 소유진은 정말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았다. 이런 말은 그녀가 제정신일 때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었다. 녹음해서 돈을 뜯어내 볼까 하는 충동도 들었다.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정우가 나서며 나를 도와주었다. “유진 씨, 많이 마신 것 같네요. 사람 불러서 부축해 드릴게요. 가서 좀 쉬실래요?” 문정우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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