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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장 도둑

마희연이 떠난 후에도 내 마음속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그때 진욱이가 내 손으로 도장을 찍었었지?’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대략 두 건은 프로젝트 시공 관련 서류였고 하나는 영어로 작성된 해외 프로젝트 외주 계약서였던 것 같았다. 열몇 장에 달하는 서류들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순 없지만 배진욱이 단순히 선의로 그랬을 리 없다는 건 분명했다. 지금 내 상황이 비교적 괜찮다고는 해도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나는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때 내 상태가 어떨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막막해하고 있을 때 문정우가 스턴국에서 돌아왔다. 지난번 내가 병원에 실려 간 이후 그는 해외 프로젝트 시공을 감독하러 떠나 있었다. 내 병실에 올 때도 그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왔다. “희주야...” 그가 내 이름을 부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머리는 다 빠지고 수척해진 내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여 나는 문정우를 향해 웃어 보였다. “선배, 날 보러 와놓고 할 말이 없는 거예요?” “내가 무서워서 그래요? 항암 치료만 끝나면 다시 살쪄서 예전처럼 돌아갈 거예요. 살찌는 거 금방이에요.” 문정우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평소의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니야. 그냥 네 병세가 다시 나빠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뿐이야.” “국내 사정은 다 들었어. 근데 그때는 내가 해외에서 너무 바빠서... 미안하다. 바로 오지 못해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히려 잘했어요. 선배까지 와 봐야 나 걱정하는 사람만 하나 더 늘어날 뿐이잖아요. 차라리 해외 프로젝트를 잘 챙기는 게 나았어요.” “프로젝트가 돈을 벌면 나중에 나도 배당금을 조금 받을 수 있잖아요.” 나는 가볍게 말하려 애썼다. 그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턴국의 프로젝트는 정말 중요한 일이었고 안민혁은 이 때문에 매일 잠도 못 자고 일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뛰어났다. 나는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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