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4장 진짜 쓰러진 강희주
나는 무심히 그를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왜 그렇게 쉽게 내가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걸 허락했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결국 현장에서는 배진욱의 말이 곧 규칙이었다.
“배진욱, 정말 대단하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바로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갑자기 배진욱이 나를 더 단단히 끌어안으며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유호는 아직 떠나지 않았어.”
“뭐라고?”
믿을 수 없는 말에 나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곧 배진욱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만지려 했지만 내가 가발을 쓰고 있다는 걸 떠올린 듯 손을 거두었다.
“비행기가 연착됐어. 아직 두 시간은 더 있어야 떠난대.”
“발표회가 끝나면 그제야 떠날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협조 좀 해주지 않을래?”
그 순간 모든 혈액이 멈춰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감정이 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내가 한때 사랑했고 또 늘 미안한 마음을 품었던 이 남자는 더 이상 예전의 배진욱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두렵고 낯선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배진욱의 계산 속에서 이미 벗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때 문득 유아정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에는 초조함과 약간 안쓰러워하는 듯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뒤이어 그녀가 아까 내게 했던 ‘쓰러지는 척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나는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내 몸이 정말로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힘이 빠진 내 몸은 그대로 배진욱의 품에 기대 쓰러졌다.
깜짝 놀란 듯 배진욱은 내 이름을 계속 부르며 나를 흔들었다.
내 손에 들려 있던 유모차 역시 저도 모르게 넘어갔고 아이는 결국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희미한 시야 속에서 안민혁이 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강희주! 강희주!”
“배진욱, 너 대체 희주한테 무슨 짓 한 거야?”
그러자 배진욱은 그를 강하게 밀치며 소리쳤다.
“희주는 내 아내야. 아무도 희주를 건드릴 수 없어!”
주변이 온통 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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