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장 통곡
배진욱은 내 손을 잡고 새빨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희주야. 말해봐! 다 속사정이 있어서잖아!”
목이 타는 것 같았지만 난 무엇을 얘기하면 좋을지 몰랐다.
금방 귀국했을 때는 숨 쉬는 순간마다 그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진짜 사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난 혀끝까지 올라온 말을 몇 번이고 다시 되삼켰다.
그리고서 엄마가 아프게 됐는데 엄마의 치료비를 대주면서 나한테 접근해 오는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의 짐이 될까 봐 걱정됐고, 그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이제 와서 최지연이랑 애도 가진 마당에 곧 가정을 이룰 사람한테 내가 뭘 더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털어 놓아버리면 애를 버리기라도 할까? 아니면 최지연이랑 파혼이라도 할 수 있을까?
최지연의 뻔뻔한 모습을 떠올리면서 난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난 당신이랑 할 말 없어. 이거 놔.”
내 말이 끝나자, 누군가가 배진욱의 손을 떼주었다.
안민혁은 나를 뒤로 감싸면서 안소연을 불렀다.
“소연아. 희주 데리고 가.”
안소연은 말을 듣자 바로 나를 잡고 뛰었다.
배진욱이 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쭉 뒤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거의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차에 뛰어들었다.
하이힐을 신은 채 같이 달렸던 소유진은 탈진한 듯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아니? 쇼핑하러 나왔는데 너희들은 운동화를 신었어?”
“아. 이거 성훈 씨한테 준다는 걸 까먹었네.”
소유진은 손에든 선물 백을 보며 머리를 젓더니 나를 보았다.
“그래. 다음에 주면 되지 뭐. 일단 너부터 바래다줘야겠다.”
안민혁이 차 앞으로 걸어왔을 때 배진욱과 배성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민혁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화가 난 듯 잔뜩 흐린 얼굴로 운전석에 올라타고는 목적지를 묻지도 않고 시동을 걸었다.
‘띠링’.
안소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조심스레 안민혁한테 말을 걸었다.
“오빠 나 차 좀 빌려도 돼?”
“우리 세미나에서 갑자기 디자인 콘테스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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