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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공범

순간, 경찰서는 쥐 죽은 듯 조용했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 나랑 얘기한 적이 있었던 여순경이 외근을 마치고 돌아와 우리를 보자마자 잽싸게 다른 경찰을 끌고 가서 옆에서 숙덕거렸다. 물론 가정불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찰의 역할은 기껏해야 중재에 불과했다. 배진욱이 뒤를 봐주는 이상 유시은은 중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무사할 게 뻔했다. 하지만 난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다니? 기어코 이혼을 안 해주는데 난들 어쩌겠는가?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다른 경찰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채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희주야, 남편이라는 건 명목일 뿐이잖아. 내연녀를 당당하게 집에 들이는 남자라니, 진짜 쓰레기네! 역겨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경찰서에 사람이 꽤 많았다. 나는 훌쩍이며 고개를 숙인 채 메마른 눈물을 닦았다. 이때, 옆에 있는 아줌마들이 한 마디씩 거두기 시작했다. “세상에, 나이도 어린 처자가 유부남을 만나? 염치도 없나 봐.” “내가 보기에 100% 돈 때문인 것 같은데? 정작 와이프는 수수하고 내연녀가 훨씬 더 화려하잖아.” “남자 면상이 딱 봐도 야박한 게 좋은 사람은 아니야. 이 연놈들 같으니라고.” 아줌마의 전투력은 역시나 무시 못 하는 법이다. 특히 이런 불공평한 상황에서는 본처인 나의 편을 들어주었다. 배진욱은 어두운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반면, 유시은은 모욕적인 말에 자존심이 상하는 듯 금세 울상을 지었다. “내연녀 아니거든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당연히 밀려나기 마련이지 않을까요? 당신들이 뭘 아는데? 사랑이 일찌감치 식은 와중에 저 여자가 내 남자 친구한테 구질구질하게 매달렸을 뿐이죠.” 그녀가 발악할수록 반감이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다시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실 이번 사건은 기껏해야 분쟁에 해당하는지라 재물 파손은 성립되지 않으므로...” “경찰관님, 저 여자는 내 꽃병이랑 청나라 수입품을 깨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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