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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장 월요일에 보자

배진욱은 내 질문에 순간적으로 멍해졌고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나는 몇 번이나 그에게 주의를 주었고 그제서야 배진욱은 겨우 집중할 수 있었다.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보아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배진욱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눈을 감으며 스스로가 어리석다고 느꼈다. 이미 어떤 대답을 들을지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는 게 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강희주...” 여전히 감정을 추스르는 중인지 그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배진욱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나는 서둘러 그를 막았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돼. 나 다 알아. 정말로.” 사실 나는 정말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이는 배진욱에게 있어 소중한 소망이었다. 단순히 대를 잇기 위한 게 아니라 배진욱은 자신과 혈연으로 연결된 진짜 가족을 원했던 것이다. “희주야, 미안해.” 이 세 글자를 말했을 때 나는 배진욱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는 정말로 최지연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는 최지연을 나로 착각하고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고 그 결과 아이가 생긴 것이다. 이 과정은 말로 설명하면 간단하지만 생각할 때마다 나는 속이 뒤틀리고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모두가 배진욱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럼 대체 이 일은 누구의 잘못일까? 나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누구의 잘못이든 결국 벌을 받는 건 나였으니 말이다. “배진욱, 차 세워.” 내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배진욱은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웠다. 그가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재빨리 피했다. 최지연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아이를 나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고 나 역시 그녀의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감정을 정리한 후 배진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쯤에서 끝내자. 이혼 서류 준비해. 서명할게.”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보자. 구청 앞에서. 서류 잊지 말고.” 나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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