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0장 먼저 이혼

배성후의 대답에 나는 한시름을 놓았다. 이혼만 하면 난 자유의 몸이었고 더 이상 배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족쇄를 벗어 던질 수 있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최지연이 배진욱의 머리를 마사지하는 모습이 보였고 최지연은 날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소파에 털썩 앉았다. 배진욱의 안색이 창백했는데 머리가 아픈 탓에 그런 건지도 몰랐다. 의사는 배진욱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으나 그동안 한 번도 병원을 가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배성후는 방금 우리의 대화를 다시 한번 공포했다. 그러나 배진욱과 배성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지연이 가장 먼저 반대표를 던졌다. “할아버지. 재연 그룹 디자인팀을 제가 운영하고 있는데 그럼 제 체면이 뭐가 돼요?” “네 체면까지 내가 차려줘야 하느냐?” 배성후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신청한 열 몇 개의 프로젝트에서 협력사가 통과시킨 프로젝트가 있기는 해?” “최지연, 배진욱이 널 감싼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야. 네 실력을 보여줘야지.” 능력을 의심하는 말에 최지연은 바로 눈시울을 붉혔다. 최지연의 실력이 엉망인 건 아니었다. 그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평범한 디자이너일 뿐이었다. 세부적인 문제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해야만 기초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최지연이 해외에서 열심히 공부해 실력을 쌓았다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을지 몰라도 고채영이 보내준 최지연의 디자인은 유학파라는 게 믿을 수 없는 실력이었다. 해외 물을 먹어 기본 예의나 매너는 갖췄을지 몰라도 실력은 하나도 발전이 없었다. 최지연은 모르겠지만 상류 사회에서는 본인이 가진 배경뿐만 아니라 본인의 가치도 아주 중요했다. 최지연은 한참 어깨를 들썩였고 눈물이 흐르지 않게 노력했다. 배진욱은 최지연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대학교 때 특허 디자인이 있지 않았어? 다른 사람 특허 말고 네 특허를 사용하면 되잖아.” 배진욱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