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장 아이는 일단 지우지 마

어느 정도 사실을 기반으로 생긴 루머는 점차 기정사실로 되고 있었다. 다들 배진욱이 나와 이혼하려고 기억 상실에 걸린 척하는 거라 말했다. 배진욱과 최지연이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목격담, 배진욱이 현장에서 고찰 중인 목격담, 다른 회사 사장과 미팅하는 목격담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그는 모든 걸 기억하고 있으나 유독 나만 잊어버렸다. 네티즌들은 배진욱이 원래 바람둥이라 그런 거라 말했다. 그와 짧은 만남을 가졌던 연예인도 갑자기 나타나 우리 가문에 대해 말을 꺼냈다. 유시은과 배진욱의 사건도 다시 거론되고 사람들은 배진욱이 상습범이라며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배신당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나는 네티즌들의 동정을 받았고 배진욱과 최지연은 총알받이가 되었으며 결국 배씨 가문까지 영향을 주게 되었다. “강희주, 왜 그렇게 섣부르게 움직인 거니?” “여론이 회사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도 않잖아!” 배성후는 처음으로 나한테 화를 냈고 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변명하지 않았다. 고채영이 폭로한 것이라 해도 잘못은 나에게 있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되었고 더 악화하지 않게 막아야만 했다. 배성훈은 내가 쓰러지기라도 할까 봐 나를 뒤따라왔다. 할아버지가 화를 내자 배성훈이 다급하게 말렸다. “작은할아버지,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이건 형수님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에요.” “둘째 형은 원래 좀 사적인 문제가 많은 사람이잖아요. 아직도 병원에 있다던데 우선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게 좋겠어요.” “관심을 어떻게 돌려? 진욱이가 정신병이라 인정해야겠어?” 사람들은 벌써 배진욱의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날 살려주고 알아보지 못하는 이 상황이 쉽게 설명이 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건 큰아버지가 손을 쓴 것도 있을 거라 추측되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애초에 배진욱이 날 알아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막지 못하면 꼬리를 밟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배성후는 나와 배성훈을 번갈아 바라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