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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장 손혜영

다음 날 아침, 소유진은 정말로 한 아주머니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 손혜영이 나를 알아볼까 봐 소유진은 나더러 병원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겨우 진료 예약을 했지만 소유진은 불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말도 안 돼! 전문의 예약 하나가 암표상 손에 들어가면 20만 원이라니?” “이렇게 돈을 잘 버는 거였다면 진즉 병원에 작은 의자 하나 놓고 내가 줄 서서 기다릴 걸 그랬어.” 그녀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나는 내내 긴장했다. 만약 아빠의 죽음이 곽휘민과 관련이 있다면 손혜영 역시 나를 알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 둘은 소유진이 먼저 들어가기로 하고 나는 밖에서 기다리기로 상의를 마쳤다. 진료 순서가 늦어져 정오가 되어서야 소유진과 아주머니가 나왔다. “어때?” 소유진은 아주머니를 부축하며 나를 옆으로 데려갔다. “아주머니는 상태가 양호해. 정기적으로 약만 먹고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대.” “손혜영 원장의 보통 환자들은 거의 다 말기 환자들이었어. 수술도 소용없을 가능성이 크지.” “그래도 그 원장 정말 친절하더라. 돈이 있든 없든 차별하지 않고 다른 전문가들과는 확실히 달랐어.”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각 지역마다 이런 환자들이 있다면 범죄가 발각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환자들이 말기 환자들이기 때문에 경찰도 이 사건과 다른 관련성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손혜영은 이미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의사'라는 이미지가 굳혀져 있었다. 만약 내가 암 말기 환자였다면 나 역시 그런 의사의 도움을 받고 은혜를 갚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병원을 떠나려는 순간 나는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죄송해요. 제가 수술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한 여성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내가 고개를 돌려 보자 그녀는 갑자기 멈춰서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로 앞에 있는 여자가 사진 속의 손혜영이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곧바로 다시 사과하며 나를 모른 척하고 서둘러 수술실로 들어갔다. 조금 전의 그 눈빛에서 손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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