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장 협상 카드

집에 돌아온 후 배진욱은 계속 나에게 매달리며 내가 미리 얘기하지 않고 계획을 실행에 옮길까 봐 걱정했다. 사실 강유정이 배진욱에게 접근하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녀는 적절한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내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었다. 출발 당일까지도 배진욱은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공항에 데려다주었다. “문정우랑 말 많이 하지 마, 단둘이 있지 말고 그리고...” “그만 좀 해! 나는 일하러 가는 거지 휴가를 가는 게 아니야. 그렇게 걱정되면 차라리 내가 강유정을 유혹하는 게 낫겠네.” 내가 그를 째려보며 말하자 배진욱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너가 유혹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아내를 위해서라면 미남계라도 써야지. 내가 진짜 힘들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 회사에 아직도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배진욱은 나를 공항에 내려주고는 급하게 회사로 돌아갔다. 나는 강유정이 며칠은 지나야 행동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내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이미 배진욱의 사무실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강유정이 집에 오자마자 배진욱은 곧바로 나와 영상 통화를 연결했다. 오늘 강유정은 더욱 시원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실크 드레스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배진욱은 계속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척했고 강유정은 온갖 애교를 부리며 커피를 건네고 과일을 가져다주며 그를 챙겼다. 잠시 수다를 떨던 중 배진욱이 본론을 꺼냈다. “강유정 씨,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요?” 강유정이 배진욱에게 포도를 먹이려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러자 손을 멈칫하더니 그녀는 포도를 자기 입에 넣었다. “뭐가 지나쳐요? 진욱 씨도 알잖아요. 내가 진욱 씨한테 관심 있는 거.” 그녀는 배진욱 맞은편에 앉아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나 명색의 강씨 가문 사람이에요. 당연히 좋은 가문이랑 연을 맺어야죠. 나도 우리 아버지한테 강요받아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았는데 진욱 씨 보고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