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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달콤하고 부드러운 김소정의 목소리에는 막 잠에서 깬 듯한 나른함이 묻어 있었다. 그 목소리는 애교를 부릴 때보다 더 사람을 홀리는 듯했다. 정지헌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는 휴대폰을 꽉 쥐며 말했다. “지금 내려와.” “내려오라니요? 누구세요?” 김소정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정지헌은 잠긴 목소리로 낮게 소리쳤다. “김소정!” 순간 김소정은 눈이 번쩍 뜨이며 정신이 들었다. 놀란 그녀는 몸을 반쯤 일으켜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악마 같은 남자가 걸어온 전화였다. “지, 지헌 씨!” “1분 안에 옆문으로 나와. 안 그러면...” “알겠어요! 바로 나갈게요!” 김소정은 서둘러 전화를 끊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전화를 끊은 걸 본 정지헌은 짜증이 밀려오며 이마를 문질렀다. ‘아직 말도 끝내지 않았는데, 감히 내 전화를 끊어?’ 김소정은 예상보다 빨리 내려왔다. 차 옆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정지헌은 차창을 반쯤 내리고 그녀의 상기된 얼굴을 차갑게 응시하며 속으로 독한 생각을 품었다. 저렇게 뛰어다니는데 왜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잘못되지 않았을까. 김소정은 차 안을 들여다보며 뒷좌석에 앉은 정지헌과 운전석에 있는 양지민을 번갈아 보았다. 정지헌의 친형과 관련된 일로 인해 그의 잔인함에 대한 김소정의 인식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녀는 차에 타기를 망설였다. 뒷좌석에 앉으려니 그와 가까워질 것 같아 꺼림칙했고 앞좌석에 앉으려니 그것도 어색했다. ‘앞자리에 앉지 않고 왜 굳이 뒷자리에 앉아 있는 거야?’ 김소정이 한참을 서성거리자 정지헌은 결국 참다못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 하는 거지? 탈 생각 없어?” “아, 아니에요.” 김소정은 재빨리 문을 열고 뒷좌석에 탔다. 그녀는 최대한 차 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그와 거리를 두려 했다. 정지헌은 그런 그녀를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김소정은 시계를 보았다. 지금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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