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소정은 정지헌이 정말 자신의 친형제까지 해칠 만큼 잔혹한 사람일 거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데, 지성 씨가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 김소정은 막 놓았던 한숨을 다시 삼키며 본능적으로 물었다. “그 일... 혹시 지헌 씨와 관련된 건가요?” 조하영은 그녀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은 이미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지헌의 친형과 관련된 일에 대해 감리사님이 했던 말이 사실인 거네.’ “그렇게 형제간의 우정이 돈독했다면서 왜 그런 일이 생긴 거죠?” 김소정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리자 조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는 건 소정 씨를 위해서예요. 정말이에요. 그리고 앞으로 절대 지헌 씨 앞에서 지성 씨 이야기를 꺼내면 안 돼요. 그 사람은 그 얘기를 들으면 완전히 미쳐버릴 거예요.” 김소정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하영 씨.” 조하영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별말을 다 하네요. 아참, 할머니가 사골국을 끓이라고 했는데 내가 가져다줄게요.” “좋아요.” 김소정은 방에 앉아 장지욱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어느덧 밤 8시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정지헌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밤 11시에 약속했던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녀는 속으로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내 정지헌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제 돌아오세요? 어젯밤 약속한 일 잊지 말아 주세요.]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김소정은 벽시계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나서야 전화가 연결되었다. 수화기 너머로 약간의 소음이 들려왔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소정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지헌 씨?” “할 말 있으면 빨리해.” 정지헌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의 반응에 김소정은 그가 친형과 관련된 일을 떠올리며 불현듯 두려움을 느꼈다. 김소정은 입술을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