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정지헌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몇 걸음 다가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네 말은 이 결혼이 네게 불만스럽다는 뜻인가?”
“...”
이 남자는 이해력이 정말 별로였다.
김소정은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사람과 대화하는 건 너무 피곤했다.
정지헌의 몸에서 술 냄새가 풍겨왔다.
김소정은 화제를 돌려보려 했다.
“술 드셨네요? 제가 해장국이라도 끓여드릴까요?”
“쓸데없는 친절은 집어치워. 나 안 취했어!”
김소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침대 머리맡에 기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틀렸을 테니,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
그 순간 정지헌이 넥타이를 푸는 동작을 했다.
김소정은 그제야 그의 목에 넥타이가 없다는 걸 알아챘다.
‘66만 원이나 주고 산 넥타이인데... 대체 어디다 버린 거야? 싫으면 차라리 돌려주지. 중고로라도 팔아볼 수 있었을 텐데.’
마음속에서 울분이 터졌다. 참다못한 김소정이 물었다.
“지헌 씨, 제가 드린 넥타이는요?”
“버렸어!”
“왜요? 왜 버리신 거예요?”
“왜냐고?”
정지헌은 냉소를 띠며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살짝 몸을 숙이며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맡을 짚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그 행동에 김소정은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숨조차 크게 내쉴 수 없었다.
‘알았으면 그딴 거 안 물어봤지. 이 남자는 대체 왜 또 이러는 거야?’
김소정은 몸을 침대 머리 쪽으로 바짝 붙이며 물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나는 다른 사람이랑 같은 물건을 쓰는 거 질색해. 그러니 네가 그 넥타이를 다른 남자한테도 줬다면, 나한테는 다시 주지 말라고. 알겠어?”
그의 얼굴은 태연했지만 그 말투는 차가워서 김소정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른 남자한테 줬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다른 남자에게 주다니요? 그 넥타이는 오직 지헌 씨에게만 드린 거예요.”
“거짓말도 참 능숙하게 하네. 정말 입만 열면 거짓말이군.”
정지헌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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