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장

사람들은 김소정과 정지헌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들의 표정과 눈빛을 알아차린 김소정은 행여나 오해를 살까 봐 부랴부랴 입을 열었다. “제 말은 대표님이 술을 마셨으니까 제가 대리운전을 한다는 뜻이었어요.” “필요 없어. 대리 부르면 돼.” 김소정의 체면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정지헌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그 말에 사람들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김소정을 바라봤다. ‘우리가 오바했네. 하긴 소정 씨가 대표님이랑 그런 관계일 리가 없지.’ 그들은 허이준은 일으키더니 양쪽에서 부축했다. “그럼 저희는 먼저 기숙사로 들어가 볼게요. 소정 씨, 대표님한테 잘 얘기하면 집까지 데려다 줄 거예요. 워낙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 이정도 부탁은 충분히 들어줄 거예요.” 김소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사람? 어딜 봐서 좋은 사람이야.’ 허이준은 술에 취해 얼굴이 빨개진 채 계속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럼 선배 좀 부탁할게요. 새벽에 목마르다고 하면 따뜻한 물이라도 꼭 챙겨주세요.” 죄책감을 느끼는 김소정의 모습이 눈이 거슬리는지 정지헌은 일부러 툴툴거리며 무안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걱정되면 아예 남자 기숙사로 들어가서 직접 시중들던가.” 사람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정지헌의 차가운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김소정은 버럭 화를 냈다. “대표님이 의도적으로 괴롭히지 않았다면 선배가 이렇게까지 취할 일은 없었잖아요.” 정지헌은 어이가 없었다. “쟤 실력이 모자란 걸 왜 내탓으로 돌려. 내가 놀아달라고 강요한 건 아니잖아?” 그의 말에 김소정은 말문이 막혔다. 정지헌이 시선을 돌리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부를 떨었다. “강요라뇨. 대표님 같은 분이 저희랑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는 건 영광입니다. 이런 기회가 다시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다시 김소정을 바라봤다. “소정 씨, 대표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 실수예요. 집까지 데려다주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