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불쌍한 건 사실이었다.
신지수가 저렇게 놀랐는데도 꿈쩍하지 않는 정지헌은 정말 매정한 사람 같았다. 신지수에게도 그러는데 김소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튼 정지헌은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 적어도 김소정에게는 말이다.
정지헌의 종아리를 감쌌던 뱀이 천천히 무릎으로 올라가자 정지헌은 얼굴이 살짝 하얘졌다. 김소정이 그런 정지헌을 힐끔 쳐다보더니 몸을 돌렸다.
“거기 서.”
정지헌이 불같이 화를 내며 김소정을 불러세우자 김소정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고개를 돌렸다.
“왜요? 이제 산해 공사장에 들여보낼 생각 있나 봐요?”
“너...”
정지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이 역겨운 것들 좀... 치워.”
“싫어요. 일단 공사장에 들어가게 해줘요.”
“김소정.”
정지헌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관자놀이가 세게 튀는 게 느껴져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뱀들에 의해 ‘정지술’만 걸리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김소정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
김소정은 무표정으로 정지헌을 바라보며 유유히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일단 산해 공사장에 들어갈 수 있게 허락해요. 그러면 이 뱀들 처리해 줄게요.”
정지헌이 그런 김소정을 노려보며 화를 주체하지 못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김소정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몸을 돌렸다.
“거기 서.”
몸을 돌린 김소정이 그 자리에 얌전하게 선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정지헌을 쳐다봤다. 정지헌은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딱히 어쩔 방법이 없어 내키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
“허락할게.”
김소정은 사실 무서움에 떨면서도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는 걸 빼먹지 않는 정지헌에 감탄했지만 정지헌이 혹시나 약속을 어길까 봐 다시 한번 물었다.
“뭘 허락하는데요?”
“공사장에 들어갈 수 있게 허락한다고.”
정지헌이 이를 악물고 말하자 김소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어느 공사장에 들어가게 허락하는 거죠?”
조심성이 강한 김소정은 정지헌이 후회할까 봐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녹음했다. 뱀을 풀지 않았다면 공사장에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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