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장 돌아 돌아
하지만 성영준은 키가 너무나도 컸다. 아무리 발꿈치를 들어도 닿지를 못해 그가 아직 고개를 돌리지 않은 틈에 뛰어서 입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윽하는 신음과 함께 성영준의 아랫입술에 빠르게 피가 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아아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파고 들어가고 싶어졌다.
세상에 나 같은 멍청이가 또 있을까? 입을 맞추려던 것이었는데 앞니로 성영준의 입술만 박았다.
“장난 끝났니?”
성영준은 차가운 얼굴을 했다. 척 보기에도 꽤 화가 나 보였다.
나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삼촌, 정말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사무실로 가서 제가 지혈해 줄게요.”
“필요 없어!”
성영준은 곧바로 등을 돌렸다.
몇 걸음 옮기던 그는 내가 쫓아가려고 하자 이내 차갑게 말했다.
“나한테 빚을 졌으니 언제든 얘기하라며. 그럼 나한테서 좀 멀어져!”
“왜요? 허향기 씨는 삼촌 누나일 뿐이잖아요. 두 사람은….”
“그래도 널 선택하지는 않을 거야!”
성영준은 안 그래도 차가운 목소리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소지안, 널 얕잡아 보게 만들지 마!”
그 말을 그는 아주 진지하게 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두 눈동자에는 조롱이 담겨 있었다.
정말이지, 나는 애교를 부릴 수도 있고 뻔뻔한 얼굴로 번번이 그의 앞에 나타날 수도 있었지만 유독 조롱만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 눈빛은 마치 나에게, 싸구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네…. 알겠어요….”
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실례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진심 어린 사과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깊게 허리를 숙였다.
방금 전 돌아올 때 얼마나 기뻤으면 지금은 딱 그만큼 서러웠다. 너무나도 속상했던 탓에 등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나던 나는 나를 잡으려고 뻗어진 성영준의 손은 발견하지 못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기나긴 복도에 홀로 남은 성영준은 짜증스레 담배에 불을 붙였다.
“허영재, 애한테 사람 붙여서 집까지 바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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