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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말도 잘 듣지

임유민이 성지태를 “구한” 그때, 시비를 건 양아치는 바로 그 체대생이 찾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성지태같이 자의식이 과잉된 재벌 2세만이 임유민에게 단단히 속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 생에서 나는 강수진의 애원에 의해 그녀와 같은 편에 섰던 것이다. 나에게 성지태를 좀 봐달라고 하면 봐줬고 미행하라고 하면 했다. 심지어는 어떻게든 성지태에게도 임유민의 진면목을 보여주려고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멍청한 생각도 없었다. 다시 회귀한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주머니, 우리를 질투하는 사람은 없어요. 성지태가 맞은 건 아마 그저 우연일 거예요.” “그래….” 강수진은 웃으며 엄마가 통화를 하느라 이쪽을 신경 쓰지 못하는 틈에 빠르게 말을 걸었다. “지안아, 전에 지태한테 선물한 그 반지 말이야. 지태가 아주 마음에 들어 해. 지금 애가 온몸에 상처라 널 보러 올 면목이 없대. 그래서 오늘의 약혼은 나랑 네 아저씨가 전적으로 대신하게 될 거야. 괜찮지??” 봐봐, 역시 엄마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정말로 일단 물을 엎지르고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젯밤에 내가 물건을 돌려준 행동에 대해서 강수진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모르는 척했다. 이대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가려고? 그녀는 늘 이랬다. 늘 엄마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나이가 어리지만 생각이 깊다고 칭찬을 했었다. 엄마는 또 내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나의 결정을 지지해 주기 때문에 엄마와의 이런 사이를 그들은 이렇게 파고들었다. 지금의 나는 그저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강수진이 이다음으로 무슨 말을 할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 나의 침묵을 아마 쑥쓰러움이나 민망함으로 해석한 가수진은 더욱더 직설적으로 말해^다. “약혼한 다음에는 너희 이제 예비부부니까 지태 재수하는 거 도와줄 수 없을까? 너도 알잖아. 너랑 지태는 워낙에 잘 맞는 파트너였잖아. 네가 지태 재수 도와주면 내년에는 분명 대학에 갈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심지어 나의 성적을 묻지도 않은 채 단박에 나더러 성지태의 재수를 도와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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