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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너 아니면 안 돼

“엄청 빠르네요.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까 삼촌은 벌써 h국이네요.” “열 몇 시간 동안 비행했을 텐데 안 피곤해요? 기내식 맛있었어요? 지금은 어딨어요? 호텔에는 도착했어요? 그쪽 벌써 어두워졌죠?”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나에 비해 성영준은 조용했다. 상관없었다. 통화만 계속 이어진다면 나는 그걸로도 기뻤다. “삼촌, 서경시에는 언제 돌아와요?” “이제는 대표님이라고 안 하나?” 늘 말수가 없던 성영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역시나 몸이 좀 떨어져야 소중함을 아는 법이었다. 전화 너머의 성영준의 목소리는 점점 더 듣기 좋아지는 것 같아 나는 헤헤 웃었다. “강해시의 번역 일이 끝났잖아요. 그러니 더는 대표님이라고 못 부르죠. 물론 나중에 언제 제가 또 번역가로 나서게 되면 다시 대표님이라고 부르겠죠.” 말이 끝나자 전화 너머는 다시 침묵하기 시작했다. 하아, 이렇게 도도한 사람은 늘 말을 아끼는 걸까. 그리고 내가 막 입을 열려는데 전화 너머로 성영준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레.” “너무 좋아!!” 나는 두 눈을 빛내며 눈꼬리를 접어 미소를 지었다. “삼촌, 전에 제 조건 하나 들어주기로 했던 거 기억 나시죠? 모레 돌아왔을 때 들어주면 안 돼요?” “모레까지 기다릴 것 없이 지금 바로 허 비서한테 얘기하면 돼.” “안 돼요, 이 일은 삼촌 아니면 안 돼요….” 그다음 말은 복도에서 하기엔 민망한 말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슬쩍 흔들며 허 비서에게 잠깐 빌리겠다는 눈짓을 했다. 허 비서의 허락을 받은 나는 빠르게 내 방으로 들어왔다. 소파에 기댄 나는 쿠션을 안으며 말했다. “삼촌, 전에 제가 말했던 것처럼 18살 이전의 연애는 조기 연애잖아요. 벌써 밖에는 제가 성지태에게 푹 빠졌다고 소문이 나 있어요.” “근데 그때의 저는 18살도 안 됐는데 사랑이라는 게 뭔지 알겠어요? 성지태를 향한 제 마음이 사랑인지 우정인지는 또 어떻게 알겠어요?” “푹 빠졌다는 건 그저 양측 부모님께서 우리 둘이 재밌게 노는 걸 보고 한 오해한 것에 불과해요.” “나랑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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