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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너 강씨 집안 대신 속죄하고 있는 거야!" 이변섭이 이마에 핏줄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그의 품에 안겨 그 모습을 보던 유미나가 득의양양하고도 도발적으로 웃었다. 강수지는 결국 변명하기를 포기했다. "그래요, 이변섭 씨가 제가 유미나를 밀었다고 생각하는 거면 그런 거라고 해줄게요."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미나 씨한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야 할 거야, 미나 씨 뼈 하나 부러지면 내가 네 거 두 개 부러뜨릴 거니까." 이변섭이 유미나를 안아 들고 나가며 말했다. 강수지는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이변섭이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유미나를 차 안으로 안고 들어가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강수지는 이변섭이 악마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악마도 다정한 면이 있었다, 그저 그녀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강수지가 고개를 숙여 손등 위의 상처 자국을 바라보자 피부가 벗겨진 손등 위에 피가 조금 배어 나왔다. 수작질을 부린 사람은 유미나였다. 사과를 하겠다고 해놓고 강수지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협박하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그날 밤, 강수지는 잠도 자지 않고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이변섭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를 들은 그녀가 고개를 들자 이변섭이 차가운 얼굴로 그녀 앞을 지나쳐갔다. "운이 좋았어, 미나 씨 그저 가벼운 찰과상이야." "그래요." 방으로 들어가려던 이변섭이 갑자기 멈추더니 강수지를 돌아봤다. "강수지, 나랑 결혼해서 제경채에 남아있는 거랑 정신병원에 있는 거, 사실 너한테는 똑같잖아." "너는 장소랑 방식만 바꿔서 속죄하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은 강수지가 이변섭을 바라봤다. "그럼 저 정신병원으로 돌아가도 돼요?"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이변섭 옆에 있을 바엔 그 어둡고 적막한 방으로 돌아가 사는 게 나았다. "이혼하고 돌아가겠다고 하면 허락할게. 지금은 안돼." 이변섭이 대답했다. 강수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절망을 느꼈다. "2년 동안 갇혀있고 당신이랑 결혼까지 했는데 아직 모자라요? 아직 저를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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