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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뭐라고?! 이변섭은 큰 손으로 그녀를 번쩍 들어 차 안으로 던져버렸다. 강수지는 놀라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나, 날 누구랑 결혼하게... 아니, 날 내려줘요..."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누구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널 누구에게 주던 그건 내 맘이야." 이변섭은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 "너에겐 선택의 권리 따위는 없어." 강수지는 울고 싶었으나 이변섭을 화나게 할가 두려워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강수지의 눈물 가득 찬 두눈을 바라보니, 이변섭은 자기도 모르게 한순간 그녀에게 마음이 약해졌다. 아니, 그가 어찌 원수의 딸에게 마음이 약해질 수 있단 말인가! 이변섭은 다시 차가운 모습으로 회복하고는, 짜증이 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갑자기 소매 위에 작고 부드러운 손이 얹어졌다. "제발요, 부탁이에요..." 강수지의 눈물이 그의 손등으로 떨어졌다. "어떤 방식도 상관 없어요. 하지만 절 이렇게 망가뜨리진 말아주세요..." 이건 그녀가 처음으로 이변섭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였다. 비록 효과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이 목소리는 이변섭으로 하여금 어제 저녁의 여자를 떠올리게 했다. 정말 비슷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강수지일 리가 없다. 그녀는 계속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고 그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이변섭은 손등의 눈물을 가볍게 닦아내며 말했다. "2년 동안 드디어 네가 처음으로 나한테 부탁하는 걸 듣게 되네." 하지만 그는 바로 잔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아쉽게도 나한테는 안 통해." 그녀의 손이 그의 소매에서 미끄러졌다. 이때 이변섭의 전화기가 울렸고 발신자는 그의 계모 장하늘이였다. "연섭아," 장하늘은 일부러 관심하는 척하며 물었다. "방금 들은 얘기인데, 네가 어제 저녁 호텔에서 어떤 여자랑..."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변섭이 말을 끊었다. "맞아요. 지금 그 여자와 혼인신고하러 가는 중이에요." "그게... 어? 너 그 여자랑 결혼하려고?" "네." 이변섭은 주도권을 잡는데 아주 익숙하다. 장하늘이 그에게 항상 여자를 보내는 건, 그의 곁에 그를 감시할 사람을 한명 안배하려는 것이다. 그는 절대 장하늘의 계획대로 되게 할 수는 없다. 이변섭은 어제 저녁의 그 여자를 계속하여 찾을 것이지만 절대 장하늘이 알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젯밤 방이 너무 어두워, 그는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장하늘이 아무 여자나 보내 어젯밤 그녀를 사칭해도 그는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강수지더러 한동안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평생 그의 곁에서 속죄해야 하니까. 전화를 끊은 후 이변섭은 눈썹을 살짝 치켜들고 말했다. "강수지, 잘 들어, 너랑 결혼할 사람은... 바로 나야." 그와 결혼한다고? 강수지는 자기 귀가 어떻게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표정을 보니 농담은 아닌 듯하다. 주민 등록센터. 강수지는 펜을 들고 한참동안 사인하지 못했다. 그녀는 단 한번도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거란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그 자리는 그녀 따위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매일매일 이변섭의 곁에 있느니, 그녀는 차라리 정신병원에 남아있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직원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강수지 님, 정말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결혼인가요?" "저는..." "물론이죠." 이변섭은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한획 한획 서명해나갔다. "제 아내가 너무 긴장해서 그래요." 그의 넓은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자상해 보였으나 사실은 강박이였다! "강수지, 만약 이 결혼 못하게 되면 난 널 뒷산에 던져 야수의 먹이가 되게 할거야!" 이변섭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서 경고했고,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공포스러웠다. 강수지는 꼭두각시마냥 그가 하는대로 따랐다. 결혼 증명서가 발급된 후, 이변섭은 바로 낚아채며 말했다. "착각은 하지마, 강수지. 넌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나랑 결혼하는 것도 당신이 날 괴롭히는 새로운 방법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이해해도 돼." 이변섭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 "제경채로 가."라고 말했다. 제경채는 이변섭의 개인 주택인데, 부자 동네에 위치해 있어 주변에 산이 있고 물이 흘러 아주 호화스럽다. 마치 호화로운 새장같이 말이다. 너무 빨아서 이미 하얗게 된 옷을 입고, 새하얀 운동화를 신고 거실 중앙에 서있는 강수지는 마치 성에 잘못 들어온 미운 오리 새끼 같았다. 도우미들은 귓속말로 서로 토론했다. "이건 누구에요? 어쩜 저희들보다도 더 후줄근하게 입고 있어요?" "쉿, 대표님이 직접 데려왔어." 집사는 "혀 함부로 놀리지 마! 이분은 사모님이야, 제경채의 안주인이라고!"라고 말했다. 세상에,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 이토록 평범하다니! 이변섭이 걸어와 담담한 목소리로 분부했다. "얘 깨끗이 씻어서 내 방으로 보내." 강수지는 깜짝 놀랐다. 지금 뭘 하려는... 안돼, 그럼 그가 그녀의 몸에 있는 멍을 발견하게 될거야! 남녀 사이 사랑을 나누는 걸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변섭과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강수지는 숨 막혀 죽을 것만 같다. 그녀는 목을 움츠리며 "전 어디에서 자도 괜찮아요. 지하 창고도 괜찮고... 아니면 바닥에서 자도 되구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이변섭은 도우미들에게 손을 흔들어 그녀를 데려가라고 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강수지는 너무 긴장해 손바닥에서 미친듯이 땀이 흘렀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도망가야 해! 36계 중에 줄행랑이 상책이야! 욕조에 물을 가득 담자, 도우미들이 그녀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 그녀는 바로 "제가 할게요. 문 밖에서 절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님이..." "그에게 말하지 않을거에요." 모두를 내보낸 후, 강수지는 고개를 들어 자그마한 창문을 바라보았다. 서재. 이변섭은 컴퓨터 앞에 앉아 윌리엄 의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검사 결과 나왔나요?" 윌리엄은 헛기침을 하며 "나오긴 나왔는데요..."라고 말을 흐렸다. "그냥 얘기하세요." "...정자 수가 많이 부족해요." 윌리엄이 대답했다. "세 번이나 확인했는데 결과가 똑같아요." 탁자를 톡톡 치던 이변섭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이틀 전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을 때, 그는 자신이 이런 병이 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바로 해외의 유명한 남성 전문 의사한테 연락했다. 하지만 결과가 똑같을 줄이야! 하지만 윌리엄은 계속하여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대표님, 검사결과에서 이상한게 발견됐어요." "뭐가요?" "장기간 어떤 음식이나 약을 섭취했기에 이런 병에 걸린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변섭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입술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치료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대표님. 제가 지어드리는 약을 3개월 동안 복용하시면 효과가 있을겁니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병이 생긴 원인을 정확히 찾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완치될 수 있습니다." "알겠어요." 이변섭은 창가를 바라보았고, 마음 속엔 이미 답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장하늘은 그를 보살핀다는 핑계로 매일 제경채로 각종 보신탕을 보내오곤 했다. 그가 먹지 않으면 장하늘은 끝없이 잔소리를 하며, 이현철이 생전에 가장 즐겨 마시던거라고 말했다. 이변섭은 그녀때문에 너무 짜증이 나, 매일 한두모금씩 마시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하늘이 이토록 악독할 줄이야. 그녀는 이런 방법으로 그의 옆에 어떤 여자가 있어도 절대 아이를 가질 수 없게 하여, 이씨 가문의 대를 끊고 싶었던 것이다. "다다다--"이때 밖에서 조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집사가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큰 일 났어요!" 이변섭은 날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당황해?" "사모님이... 사라졌어요!" 욕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욕조의 물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으며, 작은 창문만 열려 있었는데 마침 한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였다. 강수지가 창문으로 도망쳤다! 그녀가 어찌 감히! 이변섭의 낯색이 어두워졌고 "쓸모없는 것들, 어떻게 여자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해!"라고 화를 냈다. "대표님, 사모님의 휴대폰... 안에 음성 메시지가 하나 있어요." 이변섭이 휴대폰을 누르자 여자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변섭, 2년 동안 속죄했으니, 우리 이제 서로 빚 진거 없어요.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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