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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강남 정신 병원. 더럽고 지저분한 뒷마당에서, 강수지는 유기견들 앞에 살점이 붙어 있는 뼈다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사흘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굶어죽을 텐데, 살려면 개의 입에서 먹을 것을 가로채야 한다! 2년 전, 이변섭이 그녀를 이곳에 버려둔 이후로, 그녀는 매일 어떻게 살아갈지만 고민하고 있었다. 이씨 가문은 강남에서 제일 큰 재벌가이다. 그리고 이변섭은 그 가문의 계승자로 강남에서 제일 큰 권력자이며 그 권력이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지경이다. 강수지는 아직도 이변섭이 죽일 듯이 자기 목을 조르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난 네가 이번 생에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만들거야. 넌 평생 고통스럽게 살면서 강씨 가문이 진 빚을 갚아야 할거야!" 그녀의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이변섭은 더 만족스러워했다. 2년 전, 이변섭의 아버지 이현철은 차사고로 중상을 입어 ICU로 실려갔고 상황이 아주 위급했다. 그날 응급실의 담당 의사는 강수지의 아버지였다. 구급 조치를 하는 과정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그는 약을 잘못 사용하여 이현철이 과출혈로 사망하게 만들었다. 경찰이 개입하여 조사한 결과, 강수지의 아버지가 의료 조치를 잘못 취하여 주요 책임을 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었다. 강수지의 어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뇌경색으로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날부터 강수지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변섭의 말 한마디로 그녀는 쓰레기마냥 정신병원에 버려졌고, 이변섭은 그 누구도 그녀를 챙기지 못하도록 명을 내렸다. 그 이후로 그녀는 개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꼭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부모님이 아직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니, 오직 살아남아야만 희망이 있다! 갑자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와, 그녀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강수지, 누가 널 데리러 왔어!" 원장이 말했다. 강수지는 깜짝 놀라며 "누가요?"라고 물었다. 아버지가 감옥에 간 이후로, 모든 친척들과 친구들이 그를 멀리했는데, 누가 그녀를 데리러 온 걸까? "보면 알게 될 거야." 강수지는 자신이 이곳을 떠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이변섭의 동의가 없이 누가 감히 그녀를 구해주겠는가? 강수지는 불안과 기대를 안고 정신병원을 걸어나갔고, 밴 한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져 있었다. 그녀가 그들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차에서 건장한 남성이 두 세명 내려와, 검은 포대로 강수지를 감싸버렸다! "구해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수지는 목덜미가 세게 맞아 의식을 잃고 말았다. 강수지가 다시 깨어났을 땐, 자신이 호텔 침대에 묶여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 일이지? 여기가 어디지? 의식을 잃고 쓰러기지 전의 상황을 되짚어본 강수지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때, 대머리의 뚱뚱한 영감이 흥분한 듯 손을 비비며 추접스럽게 말했다. "듣던대로 순수하네, 마음에 들어!" 젠장! 그제서야 강수지는 본인이 원장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를 데리러 온 사람은 없었고, 그녀는 이 영감에게 보내진 것이다! "가까이 오지마..." 강수지는 이를 악물고 "저리 가!"라고 외쳤다. "내 말을 잘 들으면, 너한테도 좋을거야..." 영감은 추접스럽게 웃으며 다가왔고, 강수지는 뒤로 물러서며 방법을 생각했다. 그녀는 서둘러 "잠깐만!"이라고 외쳤다. "왜?" 강수지는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조급할거 뭐 있어요~ 일단 저를 풀어주셔야 재미있게 놀죠..." "그래, 어차피 넌 도망가지도 못할테니까." 밧줄이 풀리기 바쁘게 강수지는 영감의 두 다리 사이를 힘차게 발로 걷어찼고, 바로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기회를 빌어 강수지는 재빨리 밖으로 도망갔다! "쟤 잡아!" 뒤에서 쫓아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다시 잡히면 그녀는 정말 끝장이다! 당황한 강수지는 방문이 덜 닫힌 방을 보고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뛰어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궈버렸다. 헐레벌떡 숨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여자?" 어두운 방안에서 남자의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수지는 그의 몸이 뜨거운 것을 느끼자 당황해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야?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널 내 몸의 약을 해소하는데 쓸거야." 말을 마친 뒤, 남자는 그녀를 가로 안아 침대로 던져버렸다. 강수지는 남자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으나 그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을 맡았다... 이 목소리와 이 향은 그녀로 하여금 이변섭을 생각나게 하였다! 아니, 이변섭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어! "싫어, 이거 놔!" 강수지는 끊임없이 반항했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리 가... 난 그런 여자가 아니란 말이야..." 그 남자는 그녀의 귀에 "당신과 결혼할게."라고 약속했다. "우읍..." 그의 입술이 강수지의 말을 모두 막아버렸다. 거의 새벽이 되어서야, 남자는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강수지는 온 몸이 쑤시는 듯 아파왔다. 어제 화를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결국엔 자신의 순결을 잃고 말았다. 그녀의 삶은 충분히 비참한데, 왜 하늘은 단 한번도 그녀를 보살펴주지 않는 것일까. 이 남자가 비록 그 영감탱이보다는 백배 낫고 또 그녀와 결혼할거라고도 약속했지만... 만약 그녀가 그와의 결혼을 동의하면 이 사람을 이변섭의 불구덩이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여기까지 생각한 강수지는 옷을 챙겨 조용히 호텔을 떠났다. 홀로 거리에 선 강수지는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녀는 몰래 도망칠 생각도 해봤지만, 전체 강남은 이변섭의 손아귀 안에 있어 곳곳에 모두 그의 사람들인데, 도망간들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녀의 부모님도 모두 이곳에 있으니 그녀는 그들을 버리고 떠날 수 없다. 결국 강수지는 다시 정신병원으로 돌아갔다. 최소한 원장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는 알아야 앞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장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영감탱이가 내 딸을 달라고 하는데 내가 어찌 내 딸을 줄 수 있겠어? 그래서 그냥 강수지를 준거야!" "하지만 강수지는 대표님이 여기에 가둔 사람이야, 어떻게 감히 걔를 건드려!" "대표님이 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냥 걔는 껍데기만 여기 있으면 돼. 지금 당장 걔를 찾아야 돼!" 이 모든 것이 원장이 꾸민 짓이였구나! 강수지는 분노에 차 주먹을 꽉 쥐었고, 그녀가 들어가려던 찰나 원장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안에서 걸어나왔다. 그는 고개를 들자 바로 강수지를 발견했고, 미처 기뻐하기도 전에 그녀의 목에 있는 키스마크를 발견했다. "천한 것, 너 어제 도대체 누구 침대에 기어올라간거야?" 원장은 불같이 화내며 소리쳤다. "너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어!" 강수지도 그 남자가 누구인지 모르니 그냥 황당한 꿈을 꾼 셈 치기로 했다. 그녀는 차갑게 원장에게 따졌다. "당신이 뭔데 날 선물로 남한테 줘?" "뭘 선물로 줘? 네 증상이 점점 더 심각해졌네,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얼른 얘를 병실에 가둬!" 강수지는 차갑게 원장을 쏘아보며 말했다. "손 치워, 내가 알아서 가." ... 이 시각 호텔. 이변섭은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일어났다. 너저분한 침대를 보니 어제의 일들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소녀의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 가느다란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첫날 밤... 하지만 침대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허허, 그와 하루밤 자고 도망쳤다고? 확실히 그의 돈만 밝히는 된장녀들이랑은 완전 다르네. 그는 어제 밤에 다른 사람의 덫에 걸려들었고, 마침 그녀가 뛰어 들어와, 그의 몸의 약을 해소시켜 주었다. 이변섭은 전화를 걸어 "어제 내 방에 뛰어든 여자가 누군지 조사해."라고 말했다. "네, 대표님." 그는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녀가 세상 끝까지 도망을 가더라도 반드시 그녀를 찾을 것이다! 이변섭은 침대에서 일어나, 머리 맡에 있는 빈 잔을 바라보았다. 계모는 정말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항상 기회를 봐 그의 곁으로 여자들을 보냈다. 이렇게 약을 타는 저질스런 수단까지 쓰다니. 계모의 얕은 수를 막으려면, 이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 아무 여자라도 일단 앉히는게 상책인듯 하다. "대표님, 오늘은 회장님의 기일입니다." 차에 오를 때 비서가 귀띔해주었다. "그래, 예전처럼 하면 돼." 일년에 한번, 이변섭은 묘지에 가서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고, 다시 강수지를 만나러 간다. 자신의 모든 증오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 여자를. ... 정신 병원. 고급차 한대가 정신병원 입구에 멈춰섰고, 차에서는 남자가 긴 다리로 내려와 천천히 정신병원으로 걸어들어갔다. 이변섭을 본 원장은 너무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지를 뻔 했다. "이, 이..." "강수지 어디 있어?" 남자의 눈빛은 차가웠다. "제, 제가 당장 가서 불러오겠습니다!" 원장은 바로 병실로 달려가 강수지를 협박했다. "입 단속 잘하는게 좋을거야. 대표님이 네가 더럽혀진 걸 알면, 우리 둘 다 죽게 될거니까!" 강수지가 마침 대답하려는 찰나,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변섭. 그는 아직도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이다. 잘 생기고 귀족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강한 압박감이 점점 더 가까워졌고, 강수지는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대표님." "내가 그렇게 무서워?" 남자는 조롱하듯 입꼬리를 올렸다. 무섭다. 무서워서 숨도 세게 내쉬지 못하고 감히 그를 쳐다볼 수도 없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고, 머리카락이 귀 주변으로 흘러내려 얼굴이 간지러웠으나 그녀는 가만히 참고 있었다. "강수지, 2년이나 지났는데 넌 아무런 변화가 없네, 재미없군." 분명 이변섭의 말투는 아주 담담했지만, 강수지는 마치 뼈를 파고드는 한기를 느낀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가 상상했던 것만큼 초라하거나 초췌하지 않았다. 이는 그를 불쾌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서야, 이 정신병원에서 그나마 사람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처음 이곳에 온 몇개월 동안 그녀는 개보다도 못한 생활을 했다. "그러니, 이 게임은 이제 끝났어." 이변섭은 그녀를 훑어보며 의미심장하게 얘기했다. "넌 이제 자유야." 자유라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강수지는 그가 새로운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섰고, 이변섭은 그녀에게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널 내 눈 앞에 두고 수시로 모욕할거야. 그래야 내 마음 속의 화를 조금이나마 삭힐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말투는아주 차가웠다. "강수지, 넌 이제부터 내 개가 되는거야." 이변섭은 뒤돌아 그녀에게 "따라 와!"라고 말했고, 그런 그의 뒷모습이 아주 크게 느껴졌다.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어디 가요?" "혼인신고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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