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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장

진미숙은 아들에게 휠체어를 밀어달라고 부르려고 외과 진찰실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정서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얘가 어디 갔지?” 진미숙은 의아한 표정으로 복도를 따라 몇 걸음 걸으며 아들의 모습을 찾았다. 진찰실 안에서는 간호사 도혜지가 온서우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었다. 도혜지는 옷을 입히면서도 온서우의 고운 피부와 날씬한 몸매에 눈을 떼지 못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완벽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 하얀 피부와 탄력 있는 몸매, 그 위에 더해진 예쁜 얼굴까지... 도혜지는 남자들이 왜 예쁜 여자를 보면 흥분하는지 문득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더 보고 싶었지만 자칫하다 코피가 날까 싶어 얼른 시선을 돌렸다. 옷을 다 입히고 나서야 도혜지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온서우에게 조용히 다가가 속삭였다. “서우 씨, 혹시 진 선생님 아드님이랑 사귀는 거 아니에요?” 온서우가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도혜지는 이미 손을 모으며 눈을 반짝였다. “두 분은 정말 너무 잘 어울려요! 나란히 서 있으면 영화 포스터 같아요. 혹시 두 분 같이 찍은 사진 있어요? 저한테 보여주시면 안 돼요? 아니면 저한테 한 장만 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사진 인화 비용은 낼게요!” 온서우는 어리둥절해졌다. ‘설마 이 시대에도 마음에 드는 커플을 응원하고 사진을 모으는 문화가 있는 건가?’ 온서우가 그렇게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자 도혜지는 머쓱해하며 웃었다. “전 그냥 두 분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서 그래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설레고 행복해져서 마치 제가 연애하는 것 같아요.” 도혜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온서우는 이해가 되었다. 요즘 말로 하면 도혜지는 정서준과 온서우 커플을 ‘덕질’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온서우와 정서준은 결코 함께할 수 없는 관계다. 어쩌면 도혜지가 ‘덕질’하는 이 커플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혜지의 기대 어린 눈빛을 보니 차마 그 관계를 설명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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