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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주지영은 턱을 치켜들고 온서우를 내려다보며 마치 웃기는 소리를 들은 듯 비아냥거렸다. “초등학교밖에 졸업 못 한 시골 촌뜨기가 무슨 능력에 무슨 실력을 논해? 네가 맘껏 떠들어봐! 정씨 가문이 뒷거래해 준 게 아니면 넌 지원 자격조차 없었겠지!” “초졸이라고?” 그 말을 듣고 옆에서 구경하던 관사 사람들은 온서우의 자신감과 아름다움에 대한 호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니, 초등학교만 졸업했으면서 저렇게 자신만만하다고?’ 관사 홍보과 사무직은 글도 잘 써야 하고 그림도 잘 그려야 하는 자리였다. ‘요즘 은성 거리에 나가면 초등학교 졸업인 사람은 흔하디흔한데 그럼 다들 홍보과에 지원할 수 있는 거야? 말도 안 되지!’ 온서우는 사람들의 생각을 충분히 짐작하면서도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고 주지영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나도 모집 공고를 확인했어요. 학력 제한이 따로 없더라고요. 초등학교 졸업자도 응시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언니, 들리는 말에 따르면 언니는 학교 다닐 때 국어 시험에서 글 쓰기를 못 해서 백지를 제출했다고 하던데요? 그림 실력도 형편없어서 학교 게시판 장식할 때도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온서우가 일부러 들춰낸 이 말들은 예전에 정재욱이 들려준 주지영의 흑역사였다. 주지영을 싫어하는 정재욱은 이런 얘기를 온서우에게 푸념처럼 털어놓은 것이다. 게다가 온서우는 그 이야기 중 일부를 골라서 들춰냈을 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주지영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가 다시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입술까지 떨었다. 마치 번쩍이는 네온사인처럼 표정이 계속 변해갔다. “너, 너... 이 천박한 계집애가!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당장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 온서우는 그녀의 위협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태연하게 이어갔다. “그런 실력으로 어떻게 홍보과에 들어가려는 거예요? 언니의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데요? 혹시... 소문처럼 언니의 고모님이 뒤에서 밀어주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내정이라도 받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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