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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주지영이 말을 마치자마자 장희영이 입을 열어 딸을 꾸짖었다. “넌 그 입 좀 닫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지예슬을 보며 말했다. “예슬아, 우리 지영이가 좀 직설적이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이모가 대신 사과할게.” 모녀가 번갈아 가며 한 사람은 꾸짖고 한 사람은 위로했다. 지예슬은 어쩔 줄을 몰라 눈시울을 붉힌 채 장희영을 한 번 보고 또 진미숙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희영 이모, 미숙 이모, 죄송해요...” 진미숙은 그런 지예슬이 안쓰러워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괜찮아. 희영 이모는 우리 가족 같은 사람이니까 이런 일로 너한테 화내지 않을 거야. 앞으로는 밥하는 일은 아주머니한테 맡겨줘.” “자, 여기 지영 언니에게 삼계탕 한 그릇 담아줘. 너희 지영 언니는 아주머니가 만든 삼계탕을 제일 좋아하거든.” 진미숙은 지예슬과 주지영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풀어주려고 했다. 지예슬은 그 마음을 알고는 얼른 일어서서 말했다. “제가 주방에 가서 담아올게요. 식탁에 있는 건 다 식었잖아요.” 지예슬은 주방으로 가서 뜨거운 삼계탕을 그릇에 담았다. 너무 뜨거워서 손가락 끝으로 그릇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잡고 주지영에게 가져갔다. 그러나 한 걸음 남겨두고 지예슬은 발밑에 뭔가를 밟은 듯 몸이 제어되지 않으며 앞으로 쏠렸고 손에 든 그릇도 함께 날아가 버렸다. 뜨거운 삼계탕이 그대로 주지영의 몸에 쏟아졌다. “아악!” 주지영은 가슴을 움켜잡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지예슬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 얼어붙었고 장희영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장희영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제 자리에 멀뚱히 서서 길을 막고 있는 지예슬을 힘껏 밀쳐낸 후 주지영을 부축해 급히 주방으로 달려갔다. 장희영은 서둘러 주지영의 옷을 벗기고 물을 틀어 딸을 물 아래로 밀어 넣은 뒤 차가운 물로 가슴을 계속 씻어줬다. 하지만 화끈거리는 통증은 찬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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