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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그러던지.” 정서준은 온서우의 다리를 팔에 걸치고선 안정감 있게 안아 올렸다. 그가 일어선 순간 온서우의 마음도 누군가에게 홀린 듯 구름 위에 둥둥 떠올랐다. 온서우는 정서준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근육이라서 그런지 딱딱한 나무판자에 누운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심란해졌고 알 수 없는 느낌에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등에 업혀있으니 정서준 귀 뒤의 피부 솜털도 보였고 옷깃을 스치는 은은한 향기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서준의 성격을 알고 있었던 온서우는 함부로 다가갔다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걸 잊지 않았다. 그래서 얼른 허튼 생각을 접은 후 머리를 꼿꼿이 세웠고 감히 그의 어깨에 기대지 못했다. 정서준은 온서우를 등에 업고 안정적이고 빠르게 걸었다. 온서우의 몸무게는 평소 훈련할 때 쓰는 모래주머니와 비슷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모래주머니보다 훨씬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순간 정서준은 저도 모르게 그날 밤 꿈에서 일어난 일들이 떠올라 걸음이 뒤엉켰다.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온서우는 어느새 정신이 또 다른 곳에 팔렸다. 현실 세계의 온서우는 두 번의 연애를 했다. 그런데 번번이 키스를 하기도 전에 남자에게 질려 이별을 고했다. 왜냐하면 남자 친구들은 계속 그녀를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했고 나아가 관계를 가지려고 했다. 하필 온서우는 상대방과 스킨십을 하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혐오감과 거부감 때문에 역겨움을 느꼈다. 이런 증상을 해결하고자 병원을 찾았더니 스킨십 공포증이라는 병명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심리적 원인이 가장 컸기에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하여 온서우는 치료를 완전히 포기했고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남자와 스킨십을 하고 있지 않은가? 온서우는 정서준과의 만남을 회상했다. 첫 번째는 온서우가 먼저 다가가 입맞춤을 했고 두 번째는 정서준이 그녀를 업고 있는 현재 상황이다. 신기하게 두 번 모두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심지어 그중 한번은 온서우가 적극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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