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사무실을 나선 손예인은 생각할수록 분한 기분에 하이힐로 바닥을 쾅 내리쳤다.
김신걸과 가까워지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써봤지만 전혀 차도가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내가 매력이 없나? 그럴 리가 없고…… 그리고 신걸 오빠랑 원유희…… 정말 안 잔 거 맞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손예인이 자신의 생각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신걸 오빠는 원유희를 경멸해. 같이 밥 먹고, 건물을 사고…… 이런 건 결국 원유희를 괴롭히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야. 정말 원유희를 좋아한다면 김풍그룹을 향해 칼을 빼들 리가 없지…….’
어렸을 때 온갖 사랑을 받고 자란 손예인이 원유희가 김신걸에게 어떤 의미로든 특별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한편, 평생 일궈온 그룹이 파산될 위기에 처하자 김영, 김덕배 형제 그리고 김덕배의 아들 김명호가 두 형제의 아버지이자 김풍그룹 초대 회장 김국진을 만나기 위해 교외 별장으로 향했다.
김국진은 기다렸다는 듯 세 사람을 맞이했고 두 아들은 아버지앞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김국진은 여든이 넘는 나이였지만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걸 제외하고 여전히 정정한 모습이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아들을 노려보던 김국진이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아들, 조카한테 이 정도로 당하고 무슨 염치로 날 찾아와? 난 이미 무덤자리까지 봐둔 뒷방 늙은이야. 효도는 못할 망정, 잘하는 짓이다. 잘하는 짓이야!”
“아버지, 지금의 신걸이는 예전과 달라요. 신걸이가 운영하는 드래곤 그룹이 제성 전체를 꽉 틀어쥐고 있어서 인맥을 따로 쓸 수조차 없습니다. 그래도 아버지가 나서주시면…… 상황이 바뀔 것 같은데요…….”
“한쪽은 아들, 다른 한쪽은 내 손자야. 나더러 어느 편을 들라는 거야!”
축 늘어진 김국진의 피부와 찻잔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눈치를 살피던 김덕배도 입을 열었다.
“아버지, 지금 신걸이 그 자식, 우리 집안을 아주 우습게 보고 있습니다. 이게 다 형님이 자초하신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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