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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김신걸의 말에 말문이 막힌 원유희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 알겠어. 그래도…… 아까는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났을 거야…….” 생각보다 쉽게 포기하는 원유희의 모습에 김신걸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내가 널 구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라고 생각해?” “무슨 생각으로 왔던 네 덕분에 내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네 모든 건 내 의지대로 움직여야 해.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건 용납할 수 없어.” 김신걸의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원유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모든 고통은 김신걸이 직접 줘야 한다는 말이겠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너무 심심할 테니까…….’ “내가 그 천박한 여자랑 어울리지 말라고 했잖아. 말귀 못 알아들어?” 김신걸의 목소리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날 만나로 온 게 아니라 정말 상담받으시러 온 거야. 못 믿겠으면 직접 알아보든가.” 원유희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었다. 요즘 눈주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보톡스에 대해 알아보고 갔으니까. “지금 한 말 사실이길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김신걸이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의 강력한 포스에 공기 분자마저 그를 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문고리를 잡은 김신걸이 고개를 돌렸다. “뭐 더 바라는 거 있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원유희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 ‘그래. 내가 무슨 자격으로 김신걸과 딜을 하겠어. 고모는 김신걸의 역린이야. 괜히 건드렸다간 나한테 더 미친 듯이 집착하게 될 거야. 이제 4일밖에 안 남았어…… 그 동안 조용히 지내다 소리없이 떠나는 거야…….” 룸에서 나온 김신걸은 고건에게 전화를 걸어 뭔가를 지시했다. 언제부터일까? 원유희의 휴대폰 위치 추적에 구멍이 생겼다는 걸 직감적으로 눈치챈 그였다. 출장에서 오늘 돌아온 김신걸은 집이 아닌 바로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로 들어온 김신걸이 아무렇게나 코트를 소파에 던져두었다. 코트 안에 감춰졌던 블랙 셔츠가 드러나고 탄탄한 몸을 더 타이트하게 부각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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