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원유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것도 김신걸의 계획인가?’
남자의 등장으로 하동우의 낯빛이 변했다.
“이 남자 뭐야?”
“유희, 이쪽은 네 새로운 손님? 어쩐지~ 오래 안 보이더라! 이 사람은 돈 얼마 줬어?”
낯선 남자의 등장에 원유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저기요. 얘한테 얼마 줬어요? 뭐 얼마를 줬던 내가 두 배로 줄게.”
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김신걸 쪽을 보았다. 그는 위층에서 술잔을 들고 이 상황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유희야, 이 사람 말이 사실이야?” 허동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설마 이 손님한테 거짓말 했어? 거짓말하고 손님 받은 거야? 저기요, 아저씨. 얘 여기서 일하는 아가씬데? 못 믿겠으면 저기 웨이터한테 물어 봐봐!”
허동우는 놀란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저기 웨이터! 이 여자애 알지?” 낯선 남자가 웨이터에게 물었다.
“네, 알죠. 여기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가씨입니다.”
낯선 남자는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물었다.
모두들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은 소리를 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김신걸의 계획에 일부였어…… 대단한 노력이네 김신걸.’
원유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화장실 좀.”
그녀는 수치스러움에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김신걸의 허락 없이는 이 클럽에서 나갈 수 없었다.
화장실에 들어가자 바로 뒤이어 하동우가 따라 들어왔다.
그는 경멸의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 이렇게 쉬운 여자였어? 더러워.”
원유희는 대답할 가치를 못 느끼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나랑 연애할 때는 너 혼전순결이라고 손도 못 대게 했잖아! 근데 뭐? 술집 아가씨? 너 지금까지 이러고 산 거야?”
“할 말 다 했지?”
“아니? 아직 한참 남았어!”
“뭐가 더 남았는데?”
하동우는 원유희를 거세게 잡아 세면대 위에 눕혔다.
“하동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안 놔?”
“왜 나는 안 돼?”
하동우가 힘껏 그녀의 옷을 찢었다.
그녀의 찢어진 옷 사이로 희고 부드러운 살갗이 드러났다.
“하동우!”
원유희는 그의 아래에 깔려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밀어내기 급급했다.
“나 돈 많아. 나도 돈 내면 되잖아.”
하동우는 그녀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키스했다.
원유희는 입을 앙 다물고 고개를 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 순간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얼굴 위에 꽂혔다.
“짝-”
원유희는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고, 그녀의 빰은 금세 부풀어 올랐다.
화가 잔뜩 난 그는 옆에 놓인 양동이의 물을 그녀의 머리 위로 부었다.
원유희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었고, 하동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더 흥분해 그녀의 옷을 강제로 벗겼다.
그 순간 화장실 문이 열렸고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는 문쪽을 보며 소리를 지르려다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남자를 보고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 앞에 서있는 남자는 눈빛만으로도 머리가 삐죽 설 정도로 무서웠다.
하동우는 풀린 벨트를 채우며 급히 밖으로 나갔다.
김신걸의 차가운 시선은 그를 쫓다가 원유희 쪽으로 돌아왔다.
우아한 걸음걸이로 원유희 앞에 선 김신걸은 물에 젖은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원유희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고, 얼굴과 목은 붉어져있었다.
“나 이제 돌아갈게.”
“이제 막 재밌기 시작했는데, 왜 벌써 가려고 해?”
원유희는 그를 붙잡고 울면서 애원했다.
“나를 도대체 얼마나 괴롭혀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나 좀 보내줘 제발!”
김신걸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좀 더 있다 들어올걸. 당하고 있을 때 들어와서 영웅처럼 너를 구해주려고 했는데 아깝네.”라고 말했다.
원유희는 그의 소름 끼치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대답!” 김신걸은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거칠게 몰아붙였다.
“너 정말 내가 그에게 성폭행 당하길 바랐다는 거야?”
“너 쟤 말대로 해본 적 진짜 없어?” 김신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말에 원유희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애써 태연한 척 고개를 돌렸다.
아마 김신걸은 밖에서 하동우가 원유희에게 했던 말을 들은 모양이다.
“어…… 아직.”그녀는 마지못해 거짓말을 했다.
“내가 한 번 검사해 볼까? 네 말이 거짓이면, 넌 죽었어.”
“하지 마! 내 전 남자친구는 정말 내 몸에 손 안 댔어. 그래서 욕구를 참지 못하고…… 바람을 피운 거야.” 원유희는 대답을 하면서도 무서워서 몸을 덜덜 떨었다.
만약 김신걸이 그녀의 옷을 벗겨 검사라도 한다면, 배에 남은 제왕절개 흉터 때문에 원유희가 성경험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게 들통 날 것이다.
만약 그가 흉터를 보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아이의 행방을 물을 게 분명하다.
그가 그렇게 묻는다면 원유희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우웅-”
살얼음 같은 정적을 깬 핸드폰 진동소리가 김신걸의 주머니에서 울렸다.
그가 원유희의 턱에서 손을 떼자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 말해.” 김신걸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급하게 전화를 끄고 한동안 그녀를 응시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원유희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김신걸과 있으면 수명이 10년씩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의 부재에 혼란스러웠다.
‘김신걸이 나를 용서했나? 그럼 난 이제 가도 되나?’
원유희는 젖은 옷도 무겁고 기운도 없어서 한 걸음 한 걸음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화장실을 나와 복도의 발코니를 지나는데 마침 소파의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가 김신걸의 발길질을 받으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릎 똑바로 꿇어.” 소파에 앉은 김신걸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남자는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나…… 나도 김 씨 집안사람이야!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 돼!”라고 말했다.
“누가 날 조사하라고 시켰어?”
“…….”
“빨리 말 안 해?
남자는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김 씨 부인, 원수정.”
그의 입에서 이름이 튀어나오자마자 김신걸을 구둣발로 그의 턱을 찼고, 칼을 꺼내 그 남자의 손목을 그었다.
“으악!”
그 짧은 시간에 발코니 소파 아래에 깔린 양탄자가 온통 피로 물들었다.
현장을 목격한 원유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클럽을 빠져나왔다.
‘김신걸. 저게 미치지 않고서는 저럴 수 없어…….’
그날따라 밤공기가 차가웠다.
원유희는 김신걸의 주머니에서 나온 칼이 남자의 손목을 그은 게 아니라 그녀의 몸에 박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