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지초는 해독했고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약각의 서향향과 몇몇 계집종들은 왕부에서 내쫓겼고 등 어멈은 때마침 약각 일을 맡았던 춘월을 발탁함으로써 이번 일에서 증언해준 고마움을 표했다.
등 어멈은 낙청연의 처방대로 약재를 가져왔고 낙청연은 줄곧 약재를 분말로 갈고 있었다.
“왕비 마마, 서향향은 이런 일을 벌일 정도로 간이 큰 사람은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은 제가 관사인데 서향향이 이렇게 막 나올 리가 없습니다.”
등 어멈은 시종일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낙청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서향향은 당연히 못 그러지. 내가 지초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장미가 그 애를 부추겼다고 하더구나.”
“그럼 서향향은 무엇 때문에 장미를 일러바치지 않은 것입니까?”
등 어멈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간단하지. 장미의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있거나 서향향에게 입막음 값으로 돈을 두둑이 챙겨줬다거나, 또는 서향향이 위협을 당해서 감히 고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
낙청연은 이 모든 것이 낙월영과 상관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낙청연이 잘되는 꼴은 죽어도 보지 못하고, 낙청연이 죽었으면 하는 사람은 낙월영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럼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실 생각이십니까?”
등 어멈은 지초가 처참히 당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팠다.
“그냥 넘어가다니? 내 평생 그냥 넘어간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 일이다.”
낙청연의 눈동자에 언뜻 살기가 스쳐 지나갔고 등 어멈은 깜짝 놀랐다.
낙청연은 온종일 약재를 갈고 있었는데 일부는 지초에게 줄 것이고 일부는 자신의 얼굴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남은 부분은 독이 들어있는 피와 함께 조합되어 환약으로 만들어졌다.
“왕비 마마, 이것은…”
등 어멈이 물었다.
낙청연은 환약을 약상자 안에 넣고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고 신의가 낙월영에게 상처를 치료하는 환약을 주지 않았더냐? 이것 또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환약이다. 게다가 냄새도 효능도 고 신의가 준 것과 똑같지.”
등 어멈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왕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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