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5화
그런데도 그 사내들은 굉장히 흥분했다.
오늘 온 사람들은 구성이 복잡했고 겸손하고 온화한 자가 있는가 하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허 호군 같은 사람은 없었다.
허 호군의 앞에 서자 그는 술잔을 들고 황급히 몸을 일으키더니 낙청연의 손목을 덥석 잡고 말했다.
“부설 낭자, 나랑 교배주(交杯酒)를 마셔주시오.”
“이거 놓으세요!”
낙청연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으나 허 호군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부설 낭자, 여기까지 왔는데 교배주 한 번 마신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지 않소?”
허 호군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고 낙청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술잔을 깨부순 뒤 소매 안에서 비수를 꺼내 들어 그를 향해 휘둘렀다.
허 호군은 반응이 아주 빨랐으나 날카로운 비수는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결국 피가 흘러내렸다.
허 호군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누군가 그를 부축하자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감히 사람을 해치려 하다니? 여봐라, 당장 이 자를 붙잡거라!”
낙청연은 비수를 손에 꼭 쥔 채로 화를 억눌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높은 곳에 앉아있는 섭정왕을 보며 말했다.
“왕야,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토끼도 급하면 사람을 물어뜯는데 왕야께서 계속 저를 핍박할 생각이시라면 차라리 같이 죽는 걸 택하겠습니다!”
그녀의 신랄한 말에서 분노와 결연함이 느껴졌다.
낙청연은 정말 동귀어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부진환은 의자 손잡이를 꽉 쥐었고 그의 평온하고도 차가운 눈빛은 그 깊이가 너무 깊어 도저히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부진환은 류만을 보며 말했다.
“류 대인, 이쯤 하시게나.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긴다면 다들 난처해질 텐데.”
차가운 말에서 경고의 의미가 느껴졌다.
류만은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누르며 몸을 일으키며 그들을 위로했다.
“부설 낭자는 평범한 청루 여인들과는 다르지. 여인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모양인데, 안 그래도 다른 가무를 준비했소. 부설 낭자도 힘든 것 같으니 우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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