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화
송천초는 그제야 기세를 거두어들였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맑은 소리가 썰렁한 정원에 울려 퍼졌다.
“전 온종일 많은 얘기들을 주워들었지요. 저희 구영 약방은 이름을 날리지 못했지만 저 신산의 아름다운 외모는 저 멀리까지 소문이 퍼졌더군요.”
낙청연은 밖의 소식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없었다. 매일 점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비록 작은 장사였지만 다 더해보면 꽤 수익이 짭짤했다.
“오늘 봉씨 저택으로 갔는데 부진환이 날 의심하더구나. 내 얼굴이 멀쩡하다면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지 않으냐? 얼굴을 가릴 적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낙청연은 본론을 꺼내며 계속해 물었다.
“내 얼굴에 흉터 한두 개쯤 남길 방법이 있겠느냐? 사람들이 가짜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진짜 같은 것 말이다.”
그녀에게도 방법이 있었으나 송천초의 신분을 생각하면 그녀가 접촉하는 약재들이 훨씬 더 많았기에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송천초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웃어 보였다.
“그건 제가 아주 잘하는 일이지요! 전 어릴 때 몰래 산에서 내려가 논 적이 있습니다. 돌아와서 아버지께 혼날 것이 걱정되어 가짜 흉터를 몇 개 만들었는데 아버지께서는 마음이 아프셨는지 몇 마디 혼내고는 마셨습니다. 이 방법은 제가 십 년 넘게 써온 것이고 매번 효과가 굉장했지요. 가짜 흉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약재는 제가 공들여 선택한 것이라 아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짜 피부를 두어 개쯤 만든 뒤 그 위에 흉터를 만들고 얼굴에 붙이면 됩니다. 부진환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에 낙청연은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러면 오늘 밤 만들어 내일 나에게 주거라.”
앞으로 한동안 봉희를 진료해야 했으니 부진환과 마주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절대 부진환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낙청연은 부진환이 낙청연을 죽었다고 생각하길 바랐다.
다음 날, 송천초는 두 개의 흉터가 달린 가짜 피부를 그녀에게 건네줬고 그녀는 곧바로 그것을 얼굴에 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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