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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들려오는 소리에 사람들은 그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단정한 차림새를 한 낙용이 기세 좋게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 낙용은 대문 쪽으로 걸어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낙해평을 바라보며 말했다. “승상 대감, 이분은 제가 모신 귀한 손님이십니다.” 낙용은 낙청연을 바라볼 때 친절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 낙청연의 손을 맞잡았고, 낙청연 또한 자연스럽게 낙용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 “고고.” 낙용은 웃는 얼굴로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내가 얘기했잖느냐. 넌 오늘 연회에 마음껏 참석할 수 있다고. 누구도 널 막을 수는 없단다.” 낙해평은 경악한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봤다. 주위의 다른 빈객들도 놀란 얼굴이었다. 그들은 낙태부가 낙 승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기세 넘치고 가차 없는 성정의 낙용이 낙 승상을 고까워하지 않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낙 승상의 딸이 낙용을 고고라고 부른 것이다. 고고라고 부르는 낙청연의 목소리는 더없이 맑았고, 그녀의 부름에 낙용은 웃음꽃이 피었다. 낙해평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영문을 몰랐다. 왜 이렇게 된 건지, 순간 기뻐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낙용이 자신의 딸을 받아줬다는 것에 기뻤지만 낙청연이 자신 몰래 낙용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언짢았다. 이렇게 큰일을 그한테 알리지 않았다니! 낙월영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있었지만 면사포를 쓰고 있었기에 그녀의 표정변화는 뚜렷하지 않았다. 낙월영은 곧이어 웃는 얼굴로 낙용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에 팔짱을 끼려 했다. “고고…” 낙청연도 그녀를 고고라고 부를 수 있으니 자신 또한 가능할 것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나 낙용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자신의 붙잡힌 팔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다들 넋 놓지 말고 안으로 드시지요.” 낙용은 낙월영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비록 팔을 빼내는 동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태도는 명확했다. 낙월영은 체면을 구겼다는 생각에 당장 쥐구멍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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