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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낙청연은 미간이 떨렸다. 부진환의 두 눈에서는 탁한 기운이 물씬 풍겼고 심지어 살벌한 기세까지 섞여 있었다. 낙청연은 돌연 은침 하나를 꺼내 들더니 몸을 일으켜 부진환의 목덜미에 침을 꽂았고 부진환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이들의 안색이 달라졌다. “왕야께 무슨 짓을 한 것입니까?” 낙월영은 대경실색하면서 화를 냈고 소유는 긴장한 얼굴로 부진환을 부축했다. “무슨 짓을 하신 것입니까?” 낙청연은 유유자적한 얼굴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더니 몸을 숙이고 부진환의 손목을 잡아 맥을 짚었다. “왕야께서 정서가 불안정하다는 걸 보아내지 못한 것이냐? 지금 기절시키지 않으면 기혈이 역류해 죽었을 것이다.” 부진환의 맥을 낙청연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초열이 난 것 같기도 하고 화병이 난 것 같기도 했는데 호흡이 흐트러져 있었고 광증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외에 몸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광증이라고는 해도 화로 인해 발광하는 정도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여봐라, 왕야를 처소로 옮기거라!” 소유가 즉각 분부했다. 부진환이 사람들에게 실려 갈 때도 낙월영은 울고 있었다. “왕야…” 소유는 그런 그녀를 말렸다. “둘째 아씨, 왕야께서는 많이 피곤하신 것 같으니 오늘 밤은 편히 쉬게 두시지요. 약은 제가 사람을 시켜서 찾아보게 하겠습니다. 여봐라, 둘째 아씨를 모시거라.” 낙월영도 돌아간 뒤 소유가 떠나려고 할 때, 낙청연이 그를 불러세웠다. “소유, 내 너한테 할 말이 있다.” 소유가 몸을 돌렸다. “왕야의 광증 증상은 아마도 낙월영과 관련이 있는 듯 보이는데, 발견했느냐?” 낙청연의 질문에 소유는 놀란 얼굴이었다. 낙청연은 얼굴 전체에 피를 묻히고 있었는데 그런 상태에서도 그녀는 왕야를 걱정하고 있었다. 낙씨 가문의 둘째 아씨는 울 줄만 알지, 왕야가 자신을 도와주기만을 바라는데 왕비는 그런 낙청연에 비해 훨씬 나았다. 낙청연은 소유가 넋을 놓고 있자 다시 물었다. “설마 왕야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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