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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정문 쪽 벽에는 그림 한 폭이 걸려있었다. 지금 그 그림은, 큰불이 한 여인과 한 어린아이를 미친 듯이 태우고 있었다. 처참한 비명은 생생하게 귀에 들렸다. 그들은 안간힘을 다해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큰불에 삼켜버리고 만다. 불에 타 죽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못한다. “청연?” 낙랑랑은 멍하니 서 있는 낙청연을 불렀다. 낙청연은 그제야 생각에서 깨어나, 다시 한번 눈여겨봤다. 그 그림은 어떤 온화한 여인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뒤돌아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그림 중의 사람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었고,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낙랑랑을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낙청연은 더욱 놀랐다. 방 안에는 온통 비슷한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여인의 단독 화상(畫像) 있었고, 아이의 단독 화상도 있었다. 모두 같은 화사(畫師)의 그림이 아닌 것이 보였다. 각자의 화풍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분명한 건 화상중의 용모는 모두 낙태부의 묘사에 의하여 그려냈다는 것이다. 최종 나타난 용모는 모두 닮은 듯하면서도 또 동일한 사람이 아닌 느낌이었다. 방 안에는 온통 화상이 걸려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빼곡한 사람뿐이었다. 낙청연의 눈에는 한 폭의 화상마다 모두 큰불에 타는 장면이 보였고, 처참한 비명이 들렸으며 그녀를 닭살 돋게 했다. 너무 섬뜩했다! 설사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빼곡히 걸려있는 화상들과, 커다란 흑백색이 온 방 안을 유난히 답답하게 했다. 그 온 방의 화상 뒤에, 시커먼 단향목 의자에 백발의 노인이 누워있었다. 그는 흰색 긴 옷을 입고 있었고 아무렇게나 튼 상투는 헐렁해져 있었고 나른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낙청연은 더 자세히 보았다. 낙태부의 이마는 넓고 눈은 맑았으며 박식복록상이었다. 그러나 숨결이 약간 혼탁했다. 아마도 화상들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았다. 면상과 안색은 병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둘째 할아버지.”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더니 예를 행했다. 낙태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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