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해킹당했어?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안 가. 나랑 하윤이는 사이가 안 좋아. 하윤이는 나를 보면 밥도 못 먹고 속이 메스꺼울 거야.”
나는 서진혁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참, 언제 시간 돼? 빨리 법원에 이혼 서류를 제출해야 해. 우리가 이혼하면 하윤이는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야.”
내 말에 서진혁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우리가 이혼하는 거랑 하윤이가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이혼은…”
순간,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그의 말을 끊었다.
“됐어. 네 시덥지 않은 말을 들어줄 시간은 없어.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법원 앞에서 만나.”
말을 마치고,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서진혁에게서 전화가 또다시 걸려 왔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의 번호를 차단하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나는 걷어 올린 바짓단을 내려놓고 고통을 꾹 참으며 위로 올라가 가져온 물건을 간단히 치우기 시작했다.
이 별장은 매달 전문 인력이 와서 청소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주 깨끗했기 때문에 굳이 청소를 한다고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상처 난 부위를 피해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서야 나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나 연은하는 돌아가서 계속 일을 하기로 결정했어.]
이번에는 난 절대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가든이라는 주얼리 브랜드의 단톡방에 문자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서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선배, 정말 복귀하시는 거예요? 이거 꿈 아니죠?]
[은하 언니, 정말 남편을 두고 일하러 나올 수 있어요? 애초에 우리가 아무리 설득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리신 거예요?]
[설마 해킹당한 건 아니겠지?]
단톡방의 사람들이 시끄럽게 토론하는 것을 보고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가든은 대학교 때 마음이 잘 맞았던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손을 잡고 만든 주얼리 브랜드로 3년 만에 세계 무대로 진출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였다. 서진혁 때문에 일에서 손을 떼기 전, 난 이미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였다.
내가 서진혁을 위해 일을 그만둔 후에도, 그들은 평소에 단체 채팅방에서 나한테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었지만, 난 줄곧 동요하지 않았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복귀하겠다고 선언했으니 그들이 놀라는 것도 지극히 정상이었다.
[해킹 안 당했어. 나 맞아.]
나는 그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서진혁과 이혼할 거라고 얘기했다.
내 말에 나의 후배 중 한 명인 장민혁은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선배는 진작에 그 찌질한 남자와 이혼했어야 했어. 선배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누누이 말했었잖아. 참, 선배. 가든이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많은 주얼리 브랜드들이 우리와 협력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어. 이런 시기에 마침 결정을 잘 내린 거 같아. 선배는 국내 보석 시장에 익숙하니까 이번에는 선배 도움이 꼭 필요해.”
당시 우리는 가든이 외국의 고급 보석 브랜드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먼저 해외에서 명성을 쌓아야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요 몇 년 동안 줄곧 외국에 머물렀었다. 현재, 우리는 당시 세웠던 목표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나도 마침 가장 중요한 때에 복귀를 결정했으니 좋아하는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주 기뻤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말에 응했다.
“응.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거야. 내가 있으니까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마. 현재 어디까지 계획을 세운 거야?”
먼저 상황을 잘 파악해야 더 나은 시장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한 번에 말하긴 어려우니까 나중에 귀국하면 그때 만나서 얘기해.”
장민혁이 말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