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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장 하나같이 저질이야

순간, 귀가 뜨거워졌다. 왠지 모르게 차도준이 연은하보다 더 얄밉게 느껴졌다. 잠시 후, 장민혁이 설거지를 마치고 나왔을 때 차도준은 이미 자리를 떠났었다. 장민혁은 바로 불만을 늘어놓았다. “보아하니 저 차도준이란 사람은 온몸이 근질근질한가 봐. 말로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데 타고 났다니까?” 그 말에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만약 장민혁이 차도준이 화를 내는 모습을 봤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됐어. 이제 사무실로 가보자. 가보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것저것 준비해야겠어. 그래야 사무실로 빨리 오픈할 수 있으니까.” 장민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와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을 한번 둘러본 장민혁이 한마디 내뱉았다. “차도준 씨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작업실만큼은 확실히 좋은 곳을 마련해줬네. 참, 선배. 작업 공간을 더 비워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디자이너도 모집할 텐데 그때 가서 다시 개조한다면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 같아.” 장민혁의 말이 맞았다. 가든은 브랜드 본래의 명성으로 국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긴 했지만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이너를 모집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날 연하윤이 내 밑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었다. 나는 장민혁과 사무실의 디자인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까지 투자자들이 많이 모이긴 했지만, 의류 공장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태였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내 뒤에 있는 가든 사무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몇 명의 낯익은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은 바로 연하윤과 연하윤의 친구들이었다. 비록 모두 재벌가 아가씨들이지만, 인품은 하나같이 저질스럽기 그지없었다. 내가 그들을 막 지나치려고 할 때, 연하윤이 나를 발견하고 일부러 볼륨을 높여 말을 걸어왔다. “언니, 언니 왜 여기 있는 거야? 설마 언니도 가든의 국내 사무실을 보러 온 거야? 언니도 이 브랜드를 좋아할 줄은 몰랐어. 우리 마음이 통했나봐. 하지만 언니는 창업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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