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영양제를 들고 방문하다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연준영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그러자 연하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언니, 미쳤어? 어떻게 준영 오빠까지 때릴 수 있어?” 연준영의 뺨에는 새빨간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매섭고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은하. 네가 감히 날 때려?” 그 말에 나는 턱을 치켜올렸다. “그게 왜? 오빠가 먼저 나를 모욕했잖아. 그래서 고작 뺨을 한 대 때렸을 뿐인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전생에 연준영에게서 들은 말보다 훨씬 듣기 거북했다. 나와 연준영은 아무리 그래도 같은 핏줄인데 어떻게 나한테 집으로 다시 돌아가 서진혁 같은 쓰레기의 시중을 들라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친오빠가 아니라, 나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난 원수가 다름없었다. 잠시 후, 연하윤은 연준영의 상태를 살피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언니, 정말 미쳤어? 나랑 준영이 오빠는 좋은 마음으로 언니를 설득하려고 하는데 언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언니는 정말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거 맞아?” 가족이란, 전생에 한평생 나를 고통스럽게 한 장본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말에 나는 차가운 말투로 한마디 했다. “난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이제 그만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꺼져.” 말을 마치고, 나는 자리를 떠났다. 며칠은 조용히 보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날 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은하야. 너랑 네 오빠 사이에 아무리 갈등이 생겼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오빠를 때릴 수 있어? 그리고 네가 창업을 하려고 한다면서? 나랑 네 아버지가 상의해 봤는데, 창업은 그만 두는 게 좋을 거 같아.” 우리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열심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장 상황을 네가 잘 몰라서 그래. 네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사업에 뛰어든다면 나중에 손해를 볼 가능성이 아주 커.” 엄마의 말에 아버지 역시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그 정도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