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장 하마터면 참지 못할 뻔했어.

과일주의 향긋한 향이 독특한 꽃향과 섞여 내 온몸을 감쌌다. 나는 그의 깊고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어렴풋이 어딘가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술을 워낙 많이 마신 탓에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리가 어지러워 많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본능이 이끄는대로 그의 목을 감싸안을 뿐.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들어 상대방의 얼굴을 살짝 깨물었다. “정말 잘생겼어.” 순간, 그는 온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연은하.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나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그의 목을 꽉 껴안았다. “냄새도 좋고…” 그 남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애써 참고 또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는 것같았다.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저 눈앞의 그림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순간, 갑자기 입술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몸이 몹시 뜨겁고, 의식은 아주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귓가에 어이가 없는듯한 탄식이 울려 퍼졌다. “정말 아슬아슬했어. 하마터면 참지 못할 뻔했어.”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날 아침이었다. 알코올의 부작용으로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막 눈을 떴을 때, 차도준의 그 사악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차도준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야? 그것도 내 침대에…’ 순간, 어젯밤의 기억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나랑 차도준이 어젯밤에…’ 이런 생각에 나는 본능적으로 차도준과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그의 이불까지 잡아당기는 바람에 차도준이 천천히 눈을 뜨고 말았다. 잔뜩 당황한 내 표정을 발견하고,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보아하니 나를 책임질 생각은 없나 봐?” 그가 자못 억울한 듯이 나를 쳐다보자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나랑 차도준이 정말 그런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