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환생, 우리 이혼해
전남편과 양동생이 결혼하던 날, 나는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전남편인 서진혁을 10년 동안 사랑했었던 나는, 가정적이고 현명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에 결혼 후 사업에서 손 떼고 전업주부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남편은 열심히 일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면서 연약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내 양동생을 마음에 품었다. 결혼하기 전, 나도 한때 국제적으로 유명했던 디자이너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듯싶었다.
우리의 혼인을 이어가기 위해 했던 나의 모든 말과 행동에, 그는 그저 나를 더욱 악랄한 여자라고 평가할 따름이었다. 나한테 이혼을 강요하기 위해, 그는 우리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렇게 가장 절망적일 때 나는 정신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다시 눈을 뜨니, 나는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기적처럼 찾아온 나의 두 번째 인생, 이번 생에서 다시는 서진혁과 얽히지 않을 거야.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혼협의서에 도장을 찍고 난 후, 전생에 나를 미워했던 서진혁은 무릎을 꿇고 나에게 재혼을 청했다.
그렇게 나는 전남편의 면전에서 그의 라이벌의 품에 안겼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몸이 지면과 부딪치는 순간 뼛속까지 파고드는 엄청난 통증이 몸 안에 퍼져왔다. 하지만 그런 고통도 잠시, 익숙한 레스토랑과 저녁 만찬은 나를 경악게 했다.
‘뭐야? 죽지 않은 거야?’
나는 엄청난 힘으로 무의식적으로 떨려오는 몸을 억누르고 나서야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정말… 정말 다시 태어났어.’
오늘은 내 스물여섯 번째 생일이다.
요맘때, 서진혁과 연하윤은 아직 썸을 타고 있었다. 그는 아직 나한테 이혼을 강요하기 위해 우리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지도 않았고, 나도 유산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하지도 않았다. 이제 나한텐 모든 것을 바꿀 기회가 있었다.
[서진혁, 우리 이혼해.]
메시지를 보내고, 새벽 12시가 지났음에도 일찌감치 돌아와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로 약속했던 남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연관 검색어에 유성 그룹의 대표가 한 여자를 위해 술집에서 화를 내며 주먹다짐을 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품에 안고 있는 여자는 바로 내 양동생인 연하윤이다.
나와 서진혁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였다. 혼인의 약속뿐만 아니라 일찍이 남녀 사이의 정을 맺은 사이였다. 하지만 우리 결혼식에서 연하윤이 축무를 추는 모습에 첫눈에 반해 하윤이를 마음에 품게 될 줄이야…
그리고, 내 친오빠조차 연하윤을 사랑한 나머지 서진혁과 대립하다가 파산당해 빚을 지고 식물인간으로 변하고 말았었다.
전생에 나는 이 검색어를 보고 화가 잔뜩 난 채 술집으로 달려가 서진혁과 크게 다퉜었다. 뿐만 아니라 연하윤에게 손을 대기까지 했었다.
서진혁은 내가 소란을 피웠다고 했고, 그와 우리 오빠는 모두 나한테 연하윤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성격이 불같은데 내가 어떻게 연하윤에게 사과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렇게 그 후로 날이 갈수록 나와 서진혁의 사이는 점점 나빠져만 갔다.
이번 생,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야.
날 사랑하지 않는 남잔 나도 싫어.
나는 잔뜩 굳어진 몸을 일으켜 오후 내내 만들었던 음식을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샤워를 한 후, 나는 바로 침대에 올라가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한창 자고 있을 때, 내 몸 위를 헤엄치는 듯한 큰 손에 깜짝 놀라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다.
내가 살며시 눈을 뜨자, 서진혁은 상의 탈의를 한 채 위에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발견하고, 그는 고개를 숙여 나한테 뽀뽀하려고 했다.
순간, 전생에 그가 한 짓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에 속이 메스꺼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피했다.
예전에는 항상 서진혁보다 내가 더 적극적이었다. 이건 처음으로 그의 손길을 거부한 것이다.
그 모습에 서진혁은 눈살을 찌푸리고 내 턱을 움켜쥐며 강제로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서진혁은 내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듯 문득 한마디 물었다.
“왜 그래? 누가 또 기분 나쁘게 했어?”
내 생일에 나와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으면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뿐더러 연하윤과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묻는다고?
그가 내가 화난 이유를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히 다 알고도 개의치 않아 하는 것일 뿐.
내가 눈살을 찌푸릴 때마다 나를 즐겁게 해주려 갖은 노력을 쏟아붓던 그 소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를 밀어낸 다음 침대에 걸터앉아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나는 그가 내가 보낸 메시지를 봤는지 못 봤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 이혼해.”
그 말에 서진혁은 어리둥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마디 했다.
“내가 네 생일에 같이 있어 주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내가 대답하기도 전,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해명하기 시작했다.
“술집에서 하윤이가 난처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말을 듣고 하윤이를 구하러 가느라 시간이 지체된 거야. 하지만 이렇게 왔잖아. 딴생각하지 마.”
“딴생각하지 말라고?”
나는 냉소를 지으며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하윤이 때문에 싸움에 휘말린 일은 저녁 8시쯤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 지금은 몇 시인 줄 알아? 이제 곧 날이 밝을 거야. 하물며 이런 적이 처음도 아니잖아. 두 사람은 이틀 전에도 스캔들이 났었어.”
하지만 서진혁은 미안해하기는커녕 눈살을 찌푸리며 적반하장으로 한마디 했다.
“너도 알다시피 파파라치들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걸로 기사를 쓰기로 유명하잖아. 하윤이는 네 여동생인데 내가 어떻게 하윤이랑 무슨 일이 있을 수 있겠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저께는 하윤이가 밤새 일을 하다가 맹장염이 도져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해서 병원에 데려다준 것뿐이야. 그런데 그게 사진이 찍힐 줄은 나도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