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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성시후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크게 반응할 줄은 몰랐던지 놀라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강리나에게 다가와 싱글 소파 손잡이에 앉아서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뭘 또 그렇게까지 흥분해? 누가 너 해친대?” “내 일에 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도와주는 것도 안 돼?” 강리나는 그를 힘껏 째려보려 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이 남자의 눈빛이 언제부터인지 애틋하고 그윽하게 변해 있었다. 이에 강리나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가 이런 눈길로 쳐다보는 걸 전혀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강리나는 한결 온화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도와주는 게 뭐죠? 난 내 의뢰인을 위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변호하고 최대한 권익을 보장받도록 봉사해주고 있어요. 만약 시후 씨가 인맥을 동원해서 내 의뢰인한테 무언가를 쟁취하도록 해준다면 그건 나의 전문적 능력에 대한 모욕이에요. 더욱이 원고는 합의를 거절할 권리가 있다고요.” 성시후는 여전히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눈가에 흥미진진한 기운이 감돌았다. “강변은 일할 때 원래 이렇게 공평, 정의를 구현하는 거야?” “이건 법조인의 기본 소양이죠.” “알겠어.” 강리나는 굳이 그를 안 봐도 지금 줄곧 뚫어지라 자신을 쳐다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살짝 불편한 듯 뒤에 있는 쿠션을 앞에 내려놓으며 아무 화제나 둘러댔다. “아까 돌아올 때 아주머니가 안 보이던데 어디 갔어요? 왜 저녁 차려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휴가 냈어.” “네.” 단답형의 대답을 받은 강리나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나 오늘 다이어트 해서 밥 안 먹어요.” 성시후는 그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오후 내내 바빴다며? 배 안 고파?” “안 고파요.” “배가 안 고픈 거야 밥하기 싫은 거야?” 강리나는 결국 침묵했다. 배가 안 고픈 건 거짓말이겠지만 밥하기 싫은 것도 팩트였으니까. 성시후는 기어코 대답을 들으려는 건 아닌 듯싶었다. 그는 잠시 후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백 비서더러 사람 시켜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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