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성시후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담배 연기는 입술 사이로 뿜어져 나와 강리나의 얼굴에 떨어졌고 시선이 흐려진 가운데 쌀쌀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런 말을 할 배짱이 있는 걸 보니 내가 리나에게 과분하게 신경썼나 봐?”
강리나는 성시후를 힐끗 쳐다보며 말이 없었다.
성시후는 냉랭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외롭고 허전하더라도 성씨 가문 사모님으로서의 본문을 지켜야 해. 아니면 난 시간을 내서라도 병상에 누워있는 장모님을 병원에서 쫓아낼 수 있어.”
강리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네가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에 달렸어!”
씩 웃으며 강리나를 옆으로 밀어낸 후 성시후는 마이바흐 차 문을 열었다.
차에 오르기 전에 강리나는 서둘러 말했다.
“내가 정말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이 결혼을 빨리 끝낼 수 있는 구실이 되지 않겠어요?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시후는 차 문을 잡은 채로 강리나를 바라보았다.
비아냥거리며 조롱하는데 능했던 그는 말문이 막힌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몸을 돌려 자기 차에 탄 강리나는 저택을 떠났고 성시후는 화를 내며 마이바흐에 올라탄 후 카톡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
[술 마시러 나와. 늘 만나던 곳.]
항상 똑똑했던 성시후가 이혼에 대해 왜 이렇게 멍청하게 처리하는지 강리나는 그 원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성남길과의 약속이 있어 강리나는 주동적으로 이혼을 제기할 수 없었지만 성시후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았다.
예를 들어 강리나가 바람을 피운 증거를 만들거나, 혹은 남자를 보내 유혹하거나, 또 혹은 할아버지께 자신이 바람을 피운 장면을 목격하게 하면 성씨 가문의 명성을 위해서라도 이 결혼을 쉽게 깰 수 있었다.
성시후는 한 번도 이렇게 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유치하고 악랄한 수작으로 강리나를 괴롭히고 난처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려 강리나는 생각을 멈추었다.
휴대폰에서는 친한 친구인 배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나야, 좋은 소식이 있는데 만나서 얘기해. 잠시 후 남수거리에 있는 술집에서 만나.”
“알았어, 이따가 봐.”
강리나가 말했다.
...
술집.
우울해서 술을 마시며 성시후는 아까 강리나가 떠나기 전에 던진 질문이 생각했다.
‘난 왜 리나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만들어 이혼을 강요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오직 하나였다.
‘난 내연녀 남편이 되는 게 싫어!’
이 세상에서 어느 남자가 바람난 아내가 있기를 바라겠는가?
“시우야, 저쪽에 제수씨 아니야?”
설주환은 오른손으로 술잔을 돌리며 턱을 들어 먼 쪽을 가리켰다.
성시후는고개를 돌려 그 쪽을 쳐다보았다.
흰색 외투에 스키니 청바지를 입었고 롱부츠를 신은 그녀는 아까와 같은 차림이었다.
외투를 벗자 안에 입은 핑크색 스웨터가 드러냈는데 강리나의 콜라병 같은 몸매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성시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나와 헤어지자마자 술집에 남자 찾으러 온 건가?’
‘남자가 이토록 그리웠어?’
이때 한 여자가 강리나의 맞은편에 앉은 것을 보고 나서야 성시후의 안색이 많이 누그러들었다.
설주환은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아냥거렸다.
“불과 몇십 초 사이에 너의 안색이 카멜레온처럼 변했어. 왜, 제수씨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할까 봐 두려웠어?”
강리나 쪽으로 힐끗 쳐다보던 서동현도 시선을 거두고는 얼굴에싱긋 미소를 지었다.
“시후는 결혼 후 제수씨를 본체도 하지 않았어. 제수씨가 남자를 만난다고 해도 의아해질 필요 없어.”
성시후는 눈빛이 차가워졌다.
“감히!”
설주환은 힐끗 쳐다보았다.
“너는 밖에서 여자를 바꿔 가며 놀았지만 제수씨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 너무 한 거 아니야?”
성시후는 화를 내며 말했다.
“뻔뻔스럽게 내 침대에 기어올라 은지와 나를 헤어지게 했어. 그러고도 사지가 멀쩡하게 살아있으니 나에게 고마워해야 해.”
서동현은 우울해하는 성시후를 지켜보며 물었다.
“시후야, 은지가 돌아왔고 또 싱글이 되었다면 넌 제수씨와 이혼하고 은지와 결혼할 거야?”